나이젤 화이틀리 지음, 홍디자인 펴냄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1993년 첫 출간된 이후 20년이 넘게 전 세계 디자인 학과의 표준 교과서로 쓰이고 있는 책이다.

 
역자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는 옮긴이의 글을 통해 "『사회를 위한 디자인』이 나온 이후 책에서 지적했던 것이 하나씩 시민의 동의를 얻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 편으론 디자인 분야에서는 욕망이 한껏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기도 했다"며 "그 욕망의 분출기 끝자락에서 최근 소셜 디자인, 착한 디자인, 재능기부가 등장하며 화이틀리가 다루었던 '적정기술'도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됐고, 그것 만으로 이 책을 눈여겨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상업적인 이윤을 앞세우는 ‘소비주의 디자인’을 넘어서 환경, 여성, 윤리, 사회적 책임까지를 포함하는 디자인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디자인의 경제적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경제성’만을 디자인의 존재 이유로 단정하진 않는다.
 
경제 정치 생태 사회 문화적 영역과 상호 연계해 디자인의 역할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디자인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문제 제기는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유효하며, 소비주의 디자인에 대한 반성과 함께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이다.

우리가 운동화나 초콜릿을 구입하면, 원하는 제품을 손에 쥐기까지 무수한 포장지를 벗겨내야 하는 수고를 경험한다.

굳이 그렇게 많은 포장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포장지를 재활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도한 포장은 자원을 고갈시킬 뿐이다.

저자 화이틀리는 이런 ‘재난으로 향하는 미끄럼틀’을 중단시킬 역할이 디자이너와 소비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디자이너들이 회사에서 요구하는 대로 기업의 이윤 추구만을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적이고 지구에 미치는 역할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례로 독일의 의자 제조회사인 그람머는 90퍼센트를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로 의자 시리즈를 출시했다. 분해해 부품을 재사용할 수 있고, 접착제 대신 나사못을 이용해 끼워 넣는 연결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화이틀리는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소비자와 정부의 역할도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의식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없으면, 기업도 친환경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의식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며, 또한 정부에서 법률적으로 친환경적이지 않은 소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재활용 제품의 사용을 권면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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