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째 성과 없이 재활용 처리 계획만 발표…정수슬러지 심각성 은폐 의구심

서울시의 정수슬러지 처리 및 재활용 계획이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정수슬러지는 수돗물 생산 과정(침전 및 역세척공정)에서 원수(강물)의 탁도를 줄이기 위해 약품을 투입한 이후 걸러진 무기성 찌꺼기를 말한다.

다시 말해 정수 과정 중 황산알루미늄(Alum)과 폴리염화알루미늄(PAC), 소석회 등 유해물질을 응집제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때 부유현탁물이 침전 또는 억류된 찌꺼기가 바로 정수슬러지다.

정수슬러지가 문제가 된 것은 이같은 유해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유기성 슬러지처럼 물에 녹거나 소각하기 어려운 무기성으로, 영구히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유기성슬러지처럼 재활용 해 퇴비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매립을 한다해도 유해물질이 용출돼 지하수나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어 관리형 매립을 하거나 일괄 소각 처리해야 한다.

정부도 정수슬러지의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해 2012년부터 해양투기를 전격 금지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처리법 제18조(사업장 폐기물의 처리)에 의거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사업장폐기물 배출, 수집, 운반하는 자에게 위탁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 서울시 정수장에서 원수를 정수하는 과정에서 슬러지를 걸러내고 있는 모습.
이 같은 정수슬러지는 서울시에서만 연간 10만톤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광암, 구의, 뚝도, 영등포, 암사, 강북 등 6개 정수장에서 하루 평균 3백여 톤이 발생하는 것으로, 수도사업을 운영하는 지자체 중 가장 많다. 연간 처리비용만도 약 40여억원에 이른다.

때문에 서울시는 오래전부터 주무부서인 서울상수도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정수슬러지의 적정처리 및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성과가 없는 상태다.

지난 2011년부터 민간공모를 통해 선정된 3개 업체와 ‘정수슬러지 친환경 자원화 기술개발, 실즐플랜트(민간공모)설치사업’을 진행했지만 3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업체와 공동 특허출원만 했을 뿐, 사업화나 적정한 처리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은 없다.

이런 가운데 21일 서울시가 정수슬러지를 친환경 건축자재로 개발하기 위한 학·산·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재활용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내 6개 정수장에서 발생하는 정수슬러지를 모 대학 산학협력단에 제공하고, 이 대학은 정수슬러지를 건축자재로 탈바꿈시키는 원천기술을 개발, 민간업체를 통해 제품 디자인과 생산·판매를 담당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이번 협정을 통해 연간 10만톤, 약 40억원에 달하는 정수슬러지 폐기물 처리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개발된 기술은 특허 출원 등을 통해 서울시 소유 기술개발 특허로 지자체 등에 전파하는 등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정수슬러지 재활용 기술 개발 계획이 지난 2011년 발표와 겹치는 데다 '폐기물처리법'에서 규정한 엄연한 '법정 폐기물'을 '단순 폐기물'로 분류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과오를 저질렀다.

이는 서울시가 그동안 성과를 내지 못한 정수슬러지 친환경자원화 기술에 대한 조급함이 정수슬러지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로 투영됐다고 의심해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정수슬러지는 상수도체계의 발달과 수돗물 수요 급증으로 그 발생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산업화·현대화 이전에 보지 못했던 각종 오염물질이 가정이나 공장에서 강으로 유입돼 더 강력한 중금속 물질을 응집제로 투여해 수돗물을 정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

서울시가 정수슬러지를 친환경 자원화하겠다며 길게는 십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동안 혈세는 낭비되고, 갈 곳 잃은 정수슬러지는 우리 국토를 오염시키고 있다. 

서울시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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