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주 지음, 한길사 펴냄

얼마 전 한 사진작가가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산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마구 베어버린 사건이 있었다.

무단벌목 후 찍은 사진은 한 장에 400~500만 원에 팔렸다.

 
이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분개했다.

정작 사진작가는 고작 벌금 500만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러한 처벌을 두고 사람들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이렇듯 한국 사람들은 사계절 푸름을 뽐내며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를 유난히도 아낀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언제부터 나타난 정서일까?

『늘 푸른 소나무』는 집 없이 사는 인간들이 안타까워 솔씨를 뿌려 재목을 키운 성주신 설화로 시작한다.

소나무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하며 우리를 지키는 나무였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 자라난 한국의 소나무는 외국 소나무에 비해 단단하고 강하다.

따라서 일반 가옥에서 사찰, 궁궐 건축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건축 자재로 여겨왔다. 소나무 집에서, 푸른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을 치고 아이가 태어나, 다시 소나무 집에서 산다.

시원한 솔숲은 놀이터가 되고, 쉼터가 된다. 소나무 껍질로 양식을 삼아 배고픔을 달래던 시절 역시 서글픈 우리네 인생이었다.

소나무를 먹고 솔연기를 맡으며 살다, 죽으면 소나무관에 육신이 담기고 솔숲에 묻힌다. 무덤가에는 둘래솔을 심어 망자를 지켰다. 신성하다고 여겨진 소나무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소나무에 대한 믿음은 마을 앞 성황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들은 성황당 소나무 앞에서 매일같이 치성을 드렸다.

어머니가 쏟는 정성만큼 소나무는 또 많은 것을 내주었다.

생활용 그릇과 도구, 농기구의 재료가 되기도 하며 송이버섯·솔순·솔방울·솔씨 또한 쓰임새가 아주 많았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버릴 것 하나 없이 활용돼온 소나무의 모습이 이 책에는 빼곡하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소나무의 참모습이 오롯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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