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고리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20여 년 동안 살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지역주민이 한국수력원자력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한수원은 해당 주민에게 1천5백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원전 주변에 오랫동안 살면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면 원전 측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로, 주민의 암 발병이 원전과 상관이 있다는 법원의 최초 판결이라는 점에서 반향이 클 전망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지역주민이 고리 핵발전소 10여 km 떨어진 곳에서 20여년을 살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수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분명히 했다.

▲ 신고리원전.
이와 같은 판결은 그간 적은 양의 방사선은 안전하다는 한수원이나 정부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매우 의미가 큰 판결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2011년 정부가 진행한 방사선 역학조사에서도 핵발전 인근 주민들의 갑상선 암 발병률이 타 지역보다 2.5배나 높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방사선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며 그 결과를 애써 무시해 왔다.

이와 관련해 에너지정의행동은 20일 성명을 통해 "핵발전소 가동 중에 기체, 액체 형태로 방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핵발전소 인근 주민 건강영향은 당연히 예측될 수 있는 점"이라며 "또한 핵발전소 인근 토양과 수산물에서도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방사성 물질이 계속 발견되고 있는 사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판결은 핵발전소 인근 지역주민 건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 정부와 한수원은 무조건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니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하지 말고,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아울러 "아직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건강검진은 65세 이상 등 일부 주민에 국한되고 있다"며 "정부는 더욱 넓은 범위와 모든 주민에 대한 건강검진 확대와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통해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갖고 있는 불안감과 피해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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