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폐연료봉 추락 최악 사고 발생…기록도 남기지 않고 은폐해와 ‘파문’

5년 전 월성원전 1호기 원자로에서 사용후 폐연료봉을 꺼내 수조로 이송하던 중 추락,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월성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 운영 사상 최악의 사고로 기록될만한 이 같은 사건을 당시 규제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며, 은폐 의혹을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은 당시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폐연료봉을 원전 정지도 없이 직접 사람을 투입해 수작업으로 수습하게 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4년 뒤 이 사건의 경위를 파악한 원자력안전위원회마저도 이를 위원들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원전과 관련한 검찰-법원 조사 기록 등을 분석하고 관계자의 증언 등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확인, 3일 기자회견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사고는 2009년 3월 13일 오후 5시경, 월성 1호기의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이송장비의 오작동 또는 작동 실수로 사용후 핵연료봉 다발(37개 연료봉 묶음)이 파손돼 2개의 연료봉이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각각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이때 유실된 연료봉에서는 계측한도를 넘는 1만mSv(밀시비버트) 이상의 방사능이 누출되기 시작했으며, 정상적인 수습이 불가능해지자 한수원은 작업원 1명을 직접 연료방출실에 들어가게 하는 비상식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날 사고는 연료방출실에 직접 들어간 작업원에 의해 여러 차례 수작업을 진행한 끝에 다음 날 새벽 4시 경에야 수습을 완료할 수 있었다.

▲ 월성원전. 좌측 맨 앞이 월성1호기.
그러나 한수원은 이 과정에서 원전 가동을 중지하지도 않은 채 계속 운전중이었으며, 수습 작업을 위해 일부 차폐문을 개방하는 등 방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됐을 개연성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수원은 이 사건을 당시 규제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과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고, 사건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리곤 2009년을 월성 1호기에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던 '안전한 해'로 둔갑시켰다.

더욱 황당한 것은 2013년 8월, 뒤늦게 이 같은 사고를 인지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현장 조사를 했음에도 사건 자체를 위원들과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덮어버렸다.

국민신뢰와 함께 핵발전소 안전을 구현한다는 원안위 마저 국내 최악의 원전 사고를 은폐하는 데 가담한 것.

원안위는 사고 조사 후 그 해 8월 고시 개정을 통해 "시설 내에서 핵연료 취급 중 핵연료가 낙하한 경우 구두보고 8시간, 상세보고 60일 이내 사건등급평가를 받도록" 뒤늦게 규정을 개정하는 것으로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했다.

이 사고가 원안위 스스로 사건등급평가를 받을만큼 중요한 사고라고 판단했음도 불구하고, 정확한 사실 규명과 책임 처벌도 없이 무마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 사건은 국내 원전 운영 역사상 최악의 사고이자 최악의 은폐로 기록될 것"이라며, "한수원과 원안위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정말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전 안전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7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역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은 원전 안전 불감증과 사업자-규제당국의 이중 은폐의 결정판"이라고 규정하며 "즉시 진상규명 국회청문회를 실시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사용후 핵연료는 냉각하지 않을 시 섭씨 수천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강력한 방사능을 내뿜고 있어 1미터 이내에서 17초만 쬐어도 급성사망 할 수 있는 죽음의 물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자를 직접 투입해 핵연료봉 회수작업을 하도록 조치했으며, 건물 내외부에 방사능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백색비상경보를 발령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은 그러면서 "2009년은 설계수명 30년이 경과한 월성 1호기에 대한 수명연장 심사를 시작하는 해라는 점에서, 원전 안전 문제가 불거져 수명연장 심사에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까 두려워 사건 자체를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는 청문회를 통해 당시 관계된 증인들을 국민들 앞에 세워서 낱낱이 밝히고, 당시 사고를 은폐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월성1호기는 지난 1982년 11월에 운영허가를 받아 가동에 들어간 가압중수로형 67만9천㎾급이다.

이후 지난 2012년 11월20일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하고 가동을 중지한 상태지만 원전당국은 월성1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총체적 내구성 검사인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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