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보 1호는 '숭례문(남대문)'입니다. 보물 1호는 '흥인지문(동대문)'이지요. 우리나라는 옛 건축물이나 미술품, 공예품들 중 역사적이거나 미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물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문화재는 국보로 지정합니다. 말하자면 국보는 보물 중 보물인 셈이지요. 그런데 사실 남대문과 동대문에 대한 보물 지정은 일제시대인 1933년 이루어졌습니다. 일제는 주권을 잃은 식민지 조선은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보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일제가 보물로 지정한 우리 문화재는 총 581건이었는 데, 남대문이 1호, 동대문이 2호였습니다. 그러다가 해방 이후인 1962년 정부가 '문화재보호법'을 제정하면서 이들을 국보와 보물로 나누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우리나라의 국보는 316호까지, 보물은 1,796호까지 지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참 궁금한 것은 일제는 하필이면 왜 보물 1,2호를 남대문과 동대문으로 지정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선 당시 일제가 지정문화재를 조사하면서, 서울 중심의 유물부터 보물로 지정한 것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는 설과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주력부대를 이끌고 한양에 입성할 때 각각 통과한 문이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주장이 맞든 일단 우리나라 국보 1호와 보물 1호가 다른 문화재에 비해 특별히 우수하기 때문에 지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맞는 것 같아 보여 찜찜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문화지킴이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일제가 지정한 국보 1호를 취소하고 '훈민정음 해례본(국보70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서명운동이 시작돼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제가 보물 1호로 지정한 남대문은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뒤 최근 복구가 이뤄졌으나 각종 비리와 부실공사로 인해 국보 1호로서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훈민정음 해례본은 인류 역사상 문자를 만든 목적과 유래, 사용법 그리고 창제의 원리와 세계관을 명확히 밝힌 유일무이한 기록 유산이라는 점에서 국보 1호로서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있는 조선의궤를 반환해 오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혜문 스님 역시 “일제가 우리 민족과 강토의 정기를 끊는다며 전국의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은 것처럼, 남대문 국보 1호 지정은 일제가 우리 민족의 머릿속에 박아놓은 말뚝인지 모른다”며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보나 보물로서의 가치를 지닌 문화재나 고미술품들은 끊임없이 새로 발견됩니다. 그때마다 국보와 보물에 매겨진 지정번호를 바꾸는 일은 여러 모로 곤란할 것입니다. 그러나 차제에 국보 만큼은 시기를 정해 재조명하고, 순위를 바꾸거나 제외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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