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영 지음, 낮은산 펴냄

『여보세요, 생태계 씨! 안녕하신가요?』는 고래, 침팬지, 고등어, 북극곰, 코끼리 같은 익숙한 이름에서부터 모나크나비, 어룡, 대모 등 생소한 이름에 이르기까지 18종 동물이 생명과 자연을 이야기함으로써 생태계의 안부를 묻는 논픽션 책이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침팬지나 고릴라의 모습에 즐거워하거나,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다 위로 솟구치는 고래를 보면서 감탄한 적이, 호숫가 저녁 하늘을 수놓는 수만 마리 가창오리 군무에 감동하거나, 혹은 북극곰이나 코끼리 같은 동물한테 더없는 친근감을 느껴 본 적이 한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시선이 아닌, 온전히 동물의 입장에서 생명을 생각하고 그들의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지?

이 책은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동물의 눈으로 자연과 생명을 들여다봄으로써 어린이들에게는 생태 감수성을 키울 기회를, 이미 생태적 감수성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는 그것을 되찾을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가창오리와 조류인플루엔자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는 “‘어쩌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책임을 돌리고 미워할 누군가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어. 나는 몇 년 동안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산 채로 매장한 사람들이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면서 감탄하는 사람들과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라며 가창오리 입장이 되어 담담히 말하는 식이다.

이 처럼 동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이 ‘말하는’ 이야기를 담은 것은 정보나 지식을 넘어 우리와 함께 사는 생명들의 생생한 메시지와 간절한 호소로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에서다.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생명, 자연, 동물 등에 대한 관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의 파괴는 사회, 정치, 철학. 경제, 문화 등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각 분야에서 생태계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관계도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의 여러 쟁점에 진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구 위 다른 생명들을 뜨겁게 만나보고 싶은 독자라면, 적어도 내 아이의 생태 감수성만큼은 지켜 주고자 하는 부모라면 이 책으로 작은 행동의 첫발을 떼 보아도 좋겠다.

한편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4년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당선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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