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학생운동이 쇠락기로 접어든 건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이었습니다. 환란으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것을 본 대학생들이 현실에 무릎 꿇고 ‘도서관’을 도피처로 선택했던 것이지요. 학생들은 그곳에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성’ 대신 ‘지식’을 채웠습니다. 잘못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은 공부를 하고, 가끔 하늘 보며 차 마실 때도 매양 들었지만 고생하는 부모님을 져버릴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현실은 학생들의 소박한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버렸습니다. 등록금은 두 배 가까이 폭증했고, 취업난은 더 심해져 ‘88만원 세대’로 내몰렸습니다. ‘속물’로 보는 세간의 시선은 그 중 더 뼈아팠습니다. 최근 대학들이 각계의 요구에 등 떠밀려 등록금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누기’입니다. 인하율이 평균 5% 수준이라는 데, 사립대 평균등록금이 754만 원이니 약 30만원 선입니다. 꽹과리 풍물패 앞세워 대학본부 겨냥하면 상기된 얼굴로 득달같이 달려 나오던 학생과 직원들, 불현듯 그 때가 생각나는 게 여간 고약스럽지 않습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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