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동 일대에 조성하려던 ‘북한산무장애길’, 소통부족으로 주민반발 직면

안산 무장애 자락길의 성공적인 설치·운영에 힘입어 내친 김에 북한산무장애길을 조성하려던 서울 서대문가 이번엔 주민반발이라는 '장애'를 만났다.

홍은동 삼화운수 종점에서 홍지문에 이르는 약 2.3km의 북한산 무장애 자락길 조성사업(C구간)을 추진하며, 주민들로부터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환경을 훼손하려 한다는 등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서대문구청은 지난 2013년말 현저동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뒷산인 안산(鞍山)을 한바퀴 돌아나올 수 있는 총연장 7km의 순환형 무장애 자락길을 완공했다.

무(無)장애길은 장애인, 노인, 유아, 임산부 등이 쉽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장애가 될만한 시설 등을 제거한 길.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산모 등 교통 약자에 대한 복지 차원에서 산중턱에 나무데크를 깔아 휠체어 통행이 가능하도록 경사도까지 조정해 조성한 길이다.

안산무장애길은 서대문형무소 인근의 한성과학고와 금화터널은 물론, 연세대학교와 봉원사, 서대문구청 등 어디에서나 합류할 수 있다는 편리한 접근성과 큰 힘 들이지 않고 자연경관을 즐길수 있다는 장점이 더해지며 일반인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서울시내 다른 자치구는 물론 지방에서도 안산무장애길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줄 잇고 있는 상태.

이런 가운데 서대문구는 올 초부터 홍은1동 삼화운수 종점에서 옥천암, 홍지문까지 약 2.3km 구간을 잇는 북한산 무장애 자락길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이미 22억9천만원의 시비를 확보한 상태여서 4월말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마무리 짓고 5월초 공사에 착공해 10월엔 완공한다는 추진계획도 세웠다.

다소 빠듯하다 싶은 일정도 문제였지만 이 과정에서 홍보와 주민협의 부족 등 소통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서대문구는 북한산무장애길 조성을 추진하며 지난 3월 25일 단 한차례만 주민 설명회를 가졌을 뿐 이렇다 할 소통창구를 마련하지 않았다.

▲ 북한산무장애길이 계획돼 있는 곳에 인접한 홍은극동아파트(좌)와 기왕의 산책로를 무시하고 새로 구획한 길에 빨간 비닐노끈을 묶어놓은 모습(우).
더군다나 홍은동 삼화운수 종점 근처에는 극동아파트 등 중소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어 무장애길이 조성될 경우 저층 주민들을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을 간과했다.

서대문구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교량형 목재데크의 높이를 조절하고 일부 구간에 가림막을 설치한다는 안일한 계획을 세웠을 뿐 안산 무장애길을 조성할 당시 2010년부터 무려 3년여간 단계적으로 길을 낸 것과는 배치되는 행정을 추진했다.

여기에 서대문구는 안산, 인왕산, 북한산 둘레길과 백련산을 환상(環狀)으로 잇는 16㎞의 ‘안산 중심의 둘레길’을 오는 2017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목표에 쫓겼는지 북한산무장애길이 조선시대 사적 탕춘대성길을 가까이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크게 배려치 않은 모습이다.

이로 인해 문화재와 상당부분 이격시켜 무장애길을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애초에 만들어져 있던 산책로와는 전혀 무관하게 길을 구획하게 됐고, 일부 구간은 울창한 산림을 파괴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 '북한산자락길 조성사업 반대 탄원 연명서'엔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3일만에 무려 5백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인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된 극동아파트 주민들을 비롯한 일대 거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온 것은 당연지사.

극동아파트 거주민인 김재현(49세)씨를 중심으로 진행된 '북한산자락길 조성사업 반대 탄원 연명서'엔 서명을 받기 시작한 지 3일만에 무려 5백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인을 했고, 21일엔 극동아파트 입주민회의가 열려 금명간 서대문구청장을 항의방문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북한산무장애자락길 실시설계 상의 일정은 내부 참고용일뿐 주민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조성한다는 것이 서대문구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안산무장애길을 조성하며 비슷한 문제를 처리해 왔던 경험이 있던 터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주민들과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대문구청은 북한산무장애길 조성사업과 관련된 주민설명회를 오는 27일 한 차례 더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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