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1910년대에 한반도 남단의 섬 '진도'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기록이 나와 화제다.

(사)한국범보전기금은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던 호랑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20세기 초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진도섬에까지 호랑이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 및 사진을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 진도에서 잡힌 호랑이(1903년 경으로 추정).
범보전기금에 따르면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The Big Game of Asia and North America-The Gun at Home and Abroad. vol. 4. The London & Countries Press Association Ltd'이라는 책 중 포드 바클레이가 쓴 '만주호랑이(The Manchurian Tiger; pp 225~233)'라는 글에는 20세기 초 한반도 내 호랑이 분포상황과 수렵실태에 대해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

'만주 호랑이'에서 바클레이는 진도섬에 호랑이 4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후 그 중 성숙한 암ㆍ수 호랑이 각 1마리 씩을 포획했다고 기록했다.

나머지 2마리를 좇아 10일간 섬을 헤매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해 육지로 도망친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3주일 뒤 다시 진도섬에서 호랑이 두 마리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내용도 추가하고 있다.

이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서식했고, 기후와 서식 여건이 양호한 일부 지역은 서식 밀도가 매우 높아 섬에까지 호랑이가 진출하였으며, 섬에서의 서식 밀도도 높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클레이의 기록은 과거 한반도 남해안의 여러 섬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였다는 문헌 기록, 문화 유적 및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를 뒷받침해 준다. 진도에는, 고군면 회동마을 주민들이 호랑이를 피해 그 앞 의신면 모도로 도망갔다가 마을에 혼자 남은 뽕할머니의 기도로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의 바다가 갈라지는 바닷길이 생겨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범보전기금 김동진(서울대 연구교수)박사는 “한반도 연안과 여러 섬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역사적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검색하면 손 쉽게 찾을 수 있다"며 "호환을 피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영 목장을 태안, 거제, 화원, 진도와 같은 연해의 반도와 섬 지역으로 옮긴 탓도 있지만 호랑이가 사람이 적고 먹잇감이 많은 섬의 목장 주변을 찾아 헤엄쳐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범보전기금은 "바클레이의 기록은 한반도에서 왜 호랑이가 사라졌는지를 증언하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하며, "한반도 전역에 분포한 호랑이가 이 같은 남획으로 인해 1945년 이후 적어도 남한지역에서는 공식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한국호랑이는 극동러시아에 약 400마리 정도 살아남아 있는 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 호랑이)가 한국호랑이의 명맥을 잇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팀은 이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와 한국호랑이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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