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광복 70주년인 15일부터 표준시를 기존보다 30분 늦은 '평양시'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은 지난 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 표준시를 빼앗았다"며 15일부터 표준시를 기존에 사용하던 동경시보다 30분 늦춘 '평양시간'을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과 남한은 일제 강점기 이후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하는 표준시인 동경시를 써왔으나, 앞으로는 한반도 중앙부를 지나는 동경 127.5도를 기준으로 표준시간을 정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표준시 변경이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는 민족사적 사변"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남북 교류 혼란과 남북 간 이질성 심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정치인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남북 동질성 회복에 지장을 가져올 수 있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협력과 평화통일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다소 억지스런 주장까지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반대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는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독재는 진짜 싫지만 이거는 정말 부럽다. 친일청산 일제 잔재 없애는 거 눈물 날 정도로 부럽다.', ‘북한은 했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 등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표준시는 대한제국 때는 127.5도를 썼습니다. 그런데 일제가 135도선으로 자신들과 같은 표준시를 쓰도록 통일시켰고, 해방이 되면서 돌려놨다가 1961년 박정희 전대통령 재임시 현재 135도로 다시 조정된 것입니다. 박 전대통령이 표준시를 135도로 되돌리며 들었던 이유는 "국제관례에 따르고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효율적인 군사작전을 위해서"였습니다. 잘 쓰던 표준시를 굳이 바꾸는 이유치고는 군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오죽하면 당시 독립운동가이자 국어학자인 이희승 선생이 "우리 국토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본의 표준시에 흡수된 것으로, 도저히 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의 신문 기고를 하기도 했겠습니까. 때문에 표준시 되찾기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시도돼 왔습니다. 2008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박대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표준시변경법'은 현재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 의원과 황우여 부총리,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 23인이 공동발의했습니다. 당시에도 의원들은 “표준 자오선을 우리 국토의 중심부를 지나는 동경 127도 30분으로 하여 국가정체성과 국민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2005년에 제출된 표준시변경법의 경우엔 현 새누리당 중진인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정문헌, 정병국, 심재철 의원 등 12인이 공동발의에 참가했습니다. 그리고 최근년인 2013년 11월에도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 등 37명이 '표준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쯤되면 북한의 표준시 기습변경은 차치하고,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표준시 변경을 이뤄내지 못하는 것일까가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더 큰 문제는 뭔지 아세요? 일본의 동경시를 따르는 이상, 현재 우리가 보는 시간은 정확하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평생 잘못된 시간을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ET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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