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 지음, 논장 펴냄

차를 타고 가다가 도로에 나뒹구는 거뭇거뭇한 무언가를 본 경험이 있는지?

순식간에 지나쳐 버리는 그것은 때론 비닐봉지일 수도, 때론 누군가 버린 쓰레기일 수도 있다.

 
그건 어쩌면 너구리일 수도, 살쾡이일 수도, 두꺼비일 수도 있다.

차에 치이고 치여 바스러지다가 결국 먼지가 돼 버리는…. 이른바  ‘로드킬(Road kill)’.

1903년에 고종 황제의 의전용으로 최초의 자동차가 들어온 지 100여 년이 지난 오늘, 우리나라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많은 자동차가 있고 그에 따라 10만 킬로미터가 넘는 자동차 도로가 만들어졌다.

쭉 뻗은 고속도로를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게 달리면서도, 더 빨리, 속도를 높이던 운전자는 그 순간, 이제까지 따뜻한 숨을 쉬던 생명이 바로 그 도로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차에 치여 죽어 나간다는 사실을 의식이나 할까!

한국도로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로드킬 건수가 고속도로에서만 한 해 평균 2,000여 건에 달한다고 하니, 통계에 잡히지 않은 작은 동물들까지 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일 터이다.

노루나 고라니는 왜 달리는 차에 뛰어드는 걸까? 뱀과 두꺼비는 왜 하필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려고 기를 쓰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원래 도로가 있던 자리는 그 동물들이 조상 대대로 살던 서식지였으니까.

그 길을 다니며 사냥을 하고 번식을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살던 곳이 동강 나고, 쌩쌩 달리는 바퀴 괴물이 도로 위를 점령해 버린 것이다. 길 건너에 먹잇감과 가족들은 그대로 있는데…, 그러니 위험해도 길을 건널 수밖에.

생태 통로는 바로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인간이 빼앗은 동물의 길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이다.

현실적으로 도로를 없애기 어렵고, 동물들은 길을 건너야 하니, 도로 중간중간에 동물들의 길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김황 작가의 『생태 통로』이렇게 동물을 위해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길인 ‘생태 통로’를 알리고 그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하려는 책이다.

그림책 형식으로 만들어진 『생태 통로』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생태 통로를 이해하면서 어린이들은 인간의 길뿐만 아니라 동물의 길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게 된다.

한편 저자 김황은 1960년 일본 교토 시에서 재일 한국인 3세로 태어났다. 책을 통해 어린이에게 동물과 교감하는 방법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 주기 위해 노력한다. 2006년 『코끼리 사쿠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