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순희 지음, 솔트앤씨드 펴냄

억지로 꾸미지 않았을 때,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아도 순리에 맞게 저절로 된 듯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우리네 인생도 그럴 순 없을까? 자연의 야성을 간직한 숲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 숲 속 작은 생물들, 나무, 곤충, 풀, 이끼… 사람의 손길이 없어도 하나의 우주가 존재한다.

 
숲 속 이야기에는 삶의 애환이 있고 따뜻함이 있고 지혜가 있다. 전쟁과 공존이 함께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과 희망이 있다.

'나'를 돌아보고 '삶'을 돌아봐야 진정한 힐링은 완성된다.

우리나라에는 21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그중 전남 영암에 월출산국립공원이 있다.

새 책 『숲은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곳에서 15년간 숲 해설을 해오고 있는 저자가 숲의 생명체들에게 감응해 왔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녀가 급료도 없는 자원봉사활동으로 숲 해설을 15년씩이나 계속 해온 이유는 대체 뭘까?

유난히 빈한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는 그녀는 월출산의 자연에 거하는 생명들을 통해 다시 태어났고, 숲 해설을 위해 버라이어티한 공부를 하다 보니 스스로 성장하게 되었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곤충 한 마리의 생태를 알았을 때, 꽃 한 송이의 가치를 알아갈 때, 저 나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을 때 그 순간의 환희와 행복을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우리는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한겨울에 계곡에서 건져 올린, 잎맥만 남아 있는 나뭇잎. 마치 살만 발라먹은 생선 가시를 보는 듯하다.

계곡 주변에는 나무들이 아주 많다. 나무는 바람에 날아가는 나뭇잎들까지 다 감안해서 필요한 잎들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해마다 그 나무들이 떨궈내는 나뭇잎 양은 상당한데, 계곡물은 왜 항상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까?

막상 살펴보면 쌓여 있는 나뭇잎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바로 수중생태계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작은 수서생물들 때문이다.

몸집이 작아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찾아내야만 만날 수 있는 수서곤충들이다. 생명의 존귀함, 생명의 가치에는 크고 작음이 있을 수 없다.

숲에 들어서면 숲속 생명들이 속삭이는 듯하다.

“숲에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죠. 당신처럼요!”

『숲은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또 숲을 거닐며 복잡한 머리를 비워내고 우리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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