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델 베리 지음, 한티재 펴냄

한때 대학 교수였다가 농부이자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소설가가 된 웬델 베리는 미국 보수 사상의 은사로 불린다.

사상적·문화적 보수의 가치를 지키려 했던 웬델 베리가 보존하고 싶어하는 것은 ‘농적 가치’이다.

 
웬델 베리는 평생의 저작과 고향 땅에서의 농촌공동체 운동을 통해 미국 사회에 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웬델 베리의 첫 저서인 『소농, 문명의 뿌리: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원제, The Unsettling of America: Culture and Agriculture)는 출간 이후 미국 문단과 출판계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이후에 미국의 환경운동계와 시민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웬델 베리가 지키려 했던 농적 가치와 그 구현자인 소농의 존재는 단순히 지나가 버린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실현돼야 할 가치와 역사적 주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웬델 베리는 우리 시대의 가장 급진적 현대 문명비평가다.

지역과 시대를 넘어 귀기울여야 할 문명비평 담론을 생산한 사상가이자 문필가이지만, 그의 사회적 실천과 글쓰기는 가족이 5대째 뿌리내려 거주해 온 켄터키 주의 작은 카운티의 지역문제들에 기초한다.

농적 가치를 고리로 한 땅과 인간 문명의 관계에 대한 그의 탐구는 50년간의 근대화·산업화를 거치며 극심한 사회 분열과 해체의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볼아보게 한다.

『생활의 조건』, 『희망의 뿌리』, 『포트윌리엄의 이발사』, 『삶은 기적이다』, 『지식의 역습』, 『온 삶을 먹다』 등 웬델 베리는 소설, 시, 에세이를 넘나들며 마흔 권이 넘는 책을 펴냈으며, T. S. 엘리엇 상, 에이컨 테일러 상, 존헤이 상 등을 수상했다.

영남대 영문학과 교수이자『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이기도 한 역자 이승렬은 역자후기에 “지금 웬델 베리를 읽는다는 것은, 슈마허의 표현처럼, 바람이 불고 물이 들어올 때 띄울 수 있는 배와 돛을 준비하는 일인지 모른다”고 말해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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