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루브 지음, 목수책방 펴냄

기술 발전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기술 때문에 인간은 ‘동물’로서 가지고 있었던 타고난 능력들을 잃어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갈수록 ‘전지전능’해지고 있는 인간은 자신이 생태계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로 살아간다.

자연 ‘밖’에서 자연을 이용하고 통제하려는 기술의존적인 인간들에게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리처드 루브는 이런 요즘의 현실을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에서 처음 소개한 ‘자연 결핍 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리처드 루브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는 현상을 명백한 ‘집단적 장애’로 본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연결고리가 파괴되면 인간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이고, 가족과 공동체, 사회와 국가, 나아가서는 지구 전체 운명도 위태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사례를 제시하며 인간은 자연과 다시 이어져야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며,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과의 재결합만이 인간의 건강, 웰빙, 영혼, 생존을 위한 열쇠라는 것”이 바로 리처드 루브가 말하는 자연의 원리(Nature Principle)다. 이제 우리는 자연의 원리에 따라 삶을 다시 재구성하고 일상을 재자연화(re-naturing) 시켜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면 잃어버렸던 감각뿐만 아니라 창의력이 회복되며, 몸의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의 건강도 좋아지고,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가 회복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가능성까지도 창출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양한 연구 결과, 언론 보도,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실들로 뒷받침된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자연 환경은 야생에서도 도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지금 내가 사는 곳’에서 적극적으로 ‘창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 주변의 살아 있는 생명체들을 이웃이라 명명하고 '친근하면서도 낯설며 알고 있지만 신비로운 이웃'에게 조금만 관심을 쏟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매일 자연 ‘안’에 살며 크나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넘어서 나 스스로를 복원하는 일이며, 인간들 사이의 유대를 강화시키는 일이다.

저자는 기술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발전하는 기술을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이용하라고 권한다.

리처드 루브는 ‘재자연화’를 시도한 주택,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한 건물,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생명애) 디자인 원칙을 적용한 일터 등을 이야기하며 도시와 교외 지역 등에 자연을 ‘창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사실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는 늘 부정적인 결말로 흐르기 마련이다. 이미 인간과 자연 사이에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르고 있다는 시각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리처드 루브가 제안하는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려는 새로운 자연운동은 기존의 환경주의자들의 환경 보호 논의를 뛰어넘어 ‘인간 회복’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연은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원의 보고도 아니고, 인간에게서 격리시켜 보호해야 할 대상도 아니다.

자연은 나와 우리가 ‘속해’ 있어야 할 삶의 큰 울타리다.

우리는 건강, 정신, 사회적 활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자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극대화시키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리처드 루브는 이런 중요한 일을 공무원이나 전문가, 사업가들에게만 맡기지 말고 사람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그게 무엇이든 지금 당장 해보라’고 종용한다.

지금은 환경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간과 자연의 재결합은 많은 이들의 삶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는 절망을 뛰어넘어 다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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