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협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저마다의 사연으로 구조된 야생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과정을 수년간 담은 생생한 기록이다.

‘등산객이 새끼 멧돼지를 데려왔다.’ 이럴 땐 어미가 잠시 피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구조’가 ‘납치’가 된 셈이다.

 
‘쥐를 잡던 수리부엉이가 똥통에 빠졌다.’ 코를 움켜잡고 똥 범벅이 된 녀석의 깃털을 하나하나 씻겨 줬다.

‘배고픈 너구리가 민가에 내려와 개밥을 훔쳐 먹다가 복돌이한테 엉덩이를 물렸다.’ 물린 상처에 꾄 구더기를 하나하나 잡아냈다.

이처럼 『야생동물 구조 일기』에는 어미 잃고, 다치고, 병든 야생동물들의 가슴 절절하면서도 황당한 사연들을 위트 있게 하나하나 소개한다.

또 구조된 새끼 삵 형제를 밀착 취재해 삵과 고양이가 어떻게 다른지, 사냥 기술과 야생 훈련, 방생 준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 냈다.

우리나라에서 관찰이 어려운 겨울철새 독수리의 부화 과정도 담았다.

날개 다친 독수리 부부가 새끼 독수리를 부화시킨 일은 그 해 가장 큰 경사였다.

현장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노하우도 살뜰히 챙겼다.

새끼 동물들이 사람을 어미로 ‘각인’하지 않도록 가면이나 천을 뒤집어쓰고 먹이를 준다거나 덫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덫이 동물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주는지 알아보고, 위치 추적기와 인식칩이 야생동물의 위치와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은 10년 동안 야생동물만을 집요하게 관찰한 작가의 끈기와 노력이 응축된 작품이다.

놀랍지만 과장 없이, 생기발랄하면서도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일기체는 관찰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동적인 펜 선과 선명한 컬러잉크 채색의 조합, 만화식 구성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을 더한다.

작가 노트 느낌을 한껏 살린 책 꼴은 따뜻하면서도 야생동물의 궁금증과 재미를 더욱 고조시킨다.

이 책은 또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전문가들이 협업한 뜻깊은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수호 재활관리사는 야생동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며 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 일등 공신이다.

오랜 기간 이곳에서 위급한 수술을 도맡았던 야생동물 전문 수의사 김영준 박사 역시 동물들의 생태 정보와 현장 감수를 꼼꼼하게 챙겼다.

야생동물 연구가 최현명은 동물의 골격과 움직임에 따른 개체별 특징과 형태를 예리하게 짚어 내며 그림 감수를 도왔다.

마지막으로 새끼 야생동물 구조 대처법을 정보페이지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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