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외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한국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경제가 성장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사회문제가 확대되고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고령화, 양극화, 청년문제, 환경문제, 에너지문제, 안전문제가 심화되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으로 과학기술혁신정책에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과학기술로 환경, 복지, 안전과 관련된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정책이 등장한 것이다.

 
사회문제 해결을 지향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의 등장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2013년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 해결 종합실천계획’,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사업’을 정책으로 내놓았고, 유럽연합은 Horizon 2020이라는 과학기술 전략사업에서 사회적 과제 해결을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예산의 38%를 투입하고 있다.

연구의 수월성 확보, 산업경쟁력 강화보다 높은 비중이다. 일본은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안전·환경·복지와 관련된 사회문제 해결을 핵심 의제로 설정하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의 과학기술정책은 혁신체제론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기술지식의 창출과 확산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혁신체제의 구조적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주요 제도의 개선을 논의했다.

그러나 혁신체제론의 성장주의, 공급 중심 접근, 정태적 접근을 통해서는 삶의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기술혁신을 충분히 꾀하기 어렵고, 새로 등장한 에너지, 환경, 주거, 보건, 복지, 작업장, 농식품을 둘러싼 시스템의 혁신을 전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사회·기술시스템전환론은 사회를 유지하고 개인들이 먹고, 마시고, 일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기능과 활동을 수행하는 사회·기술시스템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농식품시스템,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에너지시스템, 삶을 유지하는 보건과 복지 서비스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시스템, 생활과 일을 위해 필요한 이동서비스 공급·소비시스템이 논의의 대상이다.

이런 시스템은 사회적 요소와 기술적 요소가 서로 보완성을 가지고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기술시스템전환론은 사회문제에 대한 대증적, 파편적 접근을 넘어서 사회문제의 원천을 극복하는 시스템전환을 논의한다.

이 책은 사회·기술시스템전환론의 이론과 실천을 검토하고 정책적 의의를 탐색한다. 또한 시스템전환의 관점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의 방향을 점검하고 새로운 이슈와 사례들을 논의한다.

성숙기에 도달한 과학기술혁신정책을 혁신하고 그동안 추격체제에서 형성된 성장 중심, 타기팅 중심, 하향식, 공급자 중심의 혁신정책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계기를 제시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