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숙 지음, 목수책방 펴냄

우포늪이 자리한 창녕에서 나고 자란 저자 손남숙 시인은 잠시 도시 생활을 하다가 2004년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이후, 지금까지 거의 매일 같이 우포늪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살고 있다.

그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포늪에 깃들여 사는 여러 생명들을 만났다. 그리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때로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우포늪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했다. 하찮은 풀 한 포기, 작은 곤충 한 마리도 그에겐 소중한 우포늪 생태계의 일원이었다.

 
'순전히 우포늪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우포늪, 걸어서』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것, 그리고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독자들이 우포늪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포늪에 관한 책이지만 우리 곁의 소중한 자연을,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늪과 늪에 사는 동식물들의 신비한 아름다움과 자연이 벌이는 놀라운 일들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늪에 거하는 생명들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인간의 간섭에 의해 “급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생물에게 다음이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시인은 “우리나라의 생태관광은 생태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관광에 주력하기 때문에 늘 자연이 밑진다”고 표현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생태 에세이의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관광자원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자연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가능하면 우포늪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배려하며, 느리게 조용히 두 발로 다가갈 것을 권한다.

글에는 시인처럼 우포늪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걷기여행 정보도 충실하게 담겨 있다.

단순한 볼거리 정보가 아닌, 그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말한다.

시인이 오랜 세월 카메라에 담은 우포늪의 모습은 오랜 친구처럼 친숙하고 정겹게 다가온다. 10여 년 전 우포늪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반갑다.
 
우포늪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우포늪의 사계절을 담은 사진을 눈으로 훑는 것만으로도 늪을 조용히 산책한 기분이 들게 할 것이다.

한편 저자 손남숙은 도시에서 살다가 고향 창녕으로 돌아온 지는 십삼 년째다. 2007년과 2010년에 우포늪자연환경안내원으로 일했으며, 늪이 내는 소리를 듣고 늪이 만들어 내는 색에 같이 물들며 보낸 순간들을 글과 사진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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