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국내 최초 광릉숲 영양 축소과정 제시…담비·삵 최상위서 군림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이유미)은 지난 100여 년 동안 광릉숲의 영양 그물(trophic web)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영양 그물(trophic web)이란 어떤 생태계 내에서 먹이 연쇄의 상호연결성과 영양 단계(trophic level)의 진행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말하며, 영양 단계를 제외하면 먹이 그물(food web)과 동일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번에 공개한 자료를 통해 호랑이, 늑대와 같은 최고차 소비자의 절멸과 축소되는 광릉숲 생태계 영양 그물의 변화 그리고 산성비와 같은 외부 영향 인자들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자료는 생태계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자료로서, 현재까지 기록된 광릉숲 역사 자료와 생물상 조사 자료 등 다양한 문헌을 통해 밝혀냈다.

이에 따르면 광릉숲에선 1970년대 중반까지 호랑이, 표범, 늑대 등 최고차 소비자들의 역할이 순차적으로 소멸했고, 현재 최고차 소비자는 담비와 삵이다. 담비는 현재 서너마리가 간간히 관찰되고 있다.

아울러 광릉숲의 핵심 산림 생물종인 크낙새는 최근 관찰되지 않고 있으며, 장수하늘소 역시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개체수가 감소했다.

▲ 광릉숲 생태계 영양그물 변화 모델 설명자료.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생태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으로서 수도권 도시화 및 산업화에 의한 산성비와 질소 침착, 일제강점기 때 시험림 지정 후 실험용 조림 활동으로 인한 영향, 인접 지역의 개발로 인한 생태계 고립, 기후변화가 주요 요인이라고 파악했다.

국립수목원은 이번 모델을 통해 이미 변화한 영양 단계와 같은 내부 요인과 기후 변화 등의 외부 요인의 상호 작용과 미래 전망에 필요한 간단하며 실질적인 인식 틀을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생태계 구조와 기능을 조절하는 최고차 소비자(apex consumers)의 감소 및 연쇄적 효과에 의한 생태계 영양 축소(trophic downgrading)와 관련된 생태계 변화 연구가 활발한 상황에서, 이번 '광릉숲 생태계 영양 그물 변화 모델'은 국내 최초의 연구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후변화 영향 등 광릉숲 동태에 관한 내용은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리는 한국기후변화학회 학술대회의 기후변화와 생태계 동태 특별 세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국립수목원 조용찬 박사는 “기후 변화 영향과 같은 생태계 변화를 연구함에 있어서, 보다 근본적이고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도만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며, “광릉숲 변화 모델은 유사한 생태 과정이 진행돼 온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전체로 확장시킬 수 있는 범용성이 높은 모델이자 생태계 영양 축소 과정과 외부 요인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자료”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수목원은 연구형 책임운영기관으로서 내년부터 2022년까지 광릉숲 생물다양성 변화 모니터링의 4단계 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4단계에서는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의 식물상과 식생에 대한 기초 조사 활동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4단계 연구가 완료되는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생태계 동태 자료에 기초한 '생태계 건강성 평가 틀'을 완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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