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 진핵세포 내 새로운 물질교환 경로·메커니즘 세계 최초 규명

생명의 기원 및 생성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숙원이었으나, 최근의 눈부신 생명과학의 발전은 이러한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포는 생명체의 기본단위로서 세포의 생성원리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진핵세포는 세균과 같은 원핵세포로부터 진화됐다고 믿고 있으며, 진핵세포로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가 바로 내막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포막이 세포내부로 함입되면서 세포소기관이라는 다양한 막구조체를 형성했고, 이러한 세포소기관의 존재가 진핵세포가 원핵세포와 차별화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포소기관의 생성원리와 이들간의 물질교환을 이해하는 것은 진핵세포의 기원 및 진화과정을 이해하는데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생명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세포 가운데 인간을 비롯한 고등생명체를 구성하는 단위인 진핵세포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물질교환 경로와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진핵세포는 미토콘드리아, 핵, 소포체, 리소좀 등의 작은 소기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지금까지 연구에서는 이 소기관들 사이에서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이동할 때, 일종의 보자기인 소낭에 담겨 전달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울산과학기술원 이창욱 교수·광주과학기술원 전영수 교수 공동연구팀이 세포의 대표적 소기관인 핵과 리소좀을 직접 연결하는 막접촉점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낭 없이 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를 3차원의 입체적인 구조로 처음으로 제시했다.

▲ 효모세포의 세포소기관인 핵과 리소좀을 직접 연결하는 막접촉점 모식도.
최근 세포소기관들이 서로 물리적으로 접촉하면서 막접촉면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물질이 이동될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이러한 가능성은 사실로 확인된 바 있지만 막접촉면을 형성하는 단백질과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단일 진핵세포 생명체인 효모를 연구모델로 이용하였다. 효모 세포에서 핵과 리소좀간의 막접촉점으로 알려진 NVJ (Nucleuss-Vacuole Junction)를 형성한다고 알려진 Nvj1p-Vac8p 단백질복합체의 3차원구조를 X-ray 결정구조연구를 통해 규명하였다.

이러한 구조생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Nvj1p 및 Vac8p 두 단백질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복합체를 형성하고, 또 이러한 복합체 형성이 어떻게 NVJ라는 핵-리소좀 간 막접촉점을 형성하게 되는지에 대한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또한 효모의 Nvj1p-Vac8p 단백질복합체 형성 양상이 인간에서 발견되는 유사 단백질복합체의 형성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 Vac8p 정상 단백질과 돌연변이 단백질이 NVJ 막접촉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그림.
이것은 Nvj1p-Vac8p 단백질복합체가 막접촉면 형성을 매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인간과 같은 고등 세포에서 보여주는 유사 단백질의 기능도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따라서 핵과 리소좀 간의 막접촉점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생명활동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막접촉점을 형성하는 단백질복합체의 X-ray 3차원 구조를 규명한 세계 최초의 연구라는 데 의의가 있다.

막접촉점 형성과정의 새로운 이론을 제안한 것에 큰 의의가 있으며, 그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소낭에 의한 경로가 아닌 새로운 세포 내부의 물질이동 경로에 대한 연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창욱·전영수 교수는 “막접촉점 단백질복합체의 3차원구조 규명 기술은 향후 다른 막접촉점 생성원리 규명을 위한 다양한 연구에 유용하게 널리 활용될 수 있으리라 사료되며, 이를 통해 획득할 진핵세포 생성 및 조절원리에 대한 지식은 인류의 오랜 숙원인 생명의 기원에 대한 신비를 해결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세포 내 물질이동의 결함에 의해 야기되는 질병의 치료법 개발에 이론적 단초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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