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출현 반달곰, 지리산 방사 개체로 확인…80km 이상 이동 ‘이례적’

경북 김천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반달가슴곰으로 밝혀져 백두대간을 따라 반달가슴곰 서식지가 확대된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하고 있다.

환경부(장관 조경규)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 박보환)은 지난 6월 14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반달가슴곰을 조사한 결과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이동한 수컷 반달가슴곰으로 판명됐다고 21일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은 포획된 반달가슴곰의 유전자를 6월 15일부터 20일까지 검사한 결과 '우수리 아종'인 것으로 판명했다.

우수리 아종(Ursus thibetanus ussuricus)은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 지역과 중국 동북부지역 및 한반도 지역의 반달가슴곰이 유전적으로 같은 종임을 의미한다.

종복원기술원은 개체의 건강상태를 검진하던 중 귀에 상처가 아문 흔적을 발견하고, 이 개체가 2015년 출생해 그해 10월 27일 지리산에 방사한 KM-53(수컷)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 반달가슴곰(KM-53)은 지리산 북부의 불무장등 능선 일대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9월 이후 발신기 이상(밧데리 소진 또는 탈락)으로 위치추적장치가 미수신됨에 따라 동면기 이후 헬기를 이용한 모니터링 등 집중적인 추적·관찰을 받았던 개체다.

▲ 김천 수도산 출현 반달가슴곰의 추정 이동경로.
이 반달가슴곰은 지리산국립공원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통과하고 덕유산국립공원 등을 거쳐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환경부는 그동안 야생동물 이동에 장애요인이었던 고속도로가 선형개량공사로 교량화되고 사치산 등에 생태통로가 설치(2016년)되면서 야생동물의 이동에 도움을 주고, 단절된 서식지 연결을 통한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치산 생태통로는 지리산권역과 덕유산권역이 광주대구고속도로(구 88고속도로)와 743호 지방도에 의해 단절되고 야생동물의 로드킬이 잦음에 따라, '한반도 핵심생태축 연결 복원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환경부·국립환경과학원·국립공원관리공단·한국도로공사·전라북도 장수군·자연환경국민신탁으로 구성된 생태축복원협의회를 통해 복원사업이 추진됐다.

한편, 반달가슴곰 복업사업 이후 이동한 사례는 경남 함양(15km)지역과 전남 구례(7km)지역이 있었으나, 이번 반달가슴곰은 이례적으로 80km 이상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한 사례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간 방사된 반달가슴곰의 대부분은 반경 15km 이내에서 활동하다 회귀하는 행동 패턴을 보였으며, 해외 연구결과에서도 수컷 흑곰의 분산 거리는 미국 0.6~80 km로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반달가슴곰의 서식지의 자연적 확대 가능성이 확인됨에 따라 방사지역 인근 뿐만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리산권역 외에서의 안전사고와 올무에 의한 반달가슴곰 폐사 등 풀어야할 과제도 남아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반달가슴곰 이동예상경로를 조사해 반달가슴곰이 지리산권역을 벗어나 이동시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만들고, 이동예상지역의 지자체를 포함한 광역보호권역 설정·관리 등 이해관계자와 협력·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반달가슴곰에 의한 안전사고 우려에 대해서는 지리산권 복원사업 모델을 기초로 독립가옥, 양봉지역 등 농작물 피해 예방과 곰을 만났을 때 대처요령을 알리고 종, 호루라기 등 곰피해 방지용 물품을 나누어 주는 캠페인도 실시할 계획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이번 이동 사례는 반달가슴곰이 백두대간을 따라 덕유산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한 종의 복원사업은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생태계 복원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곰과 인간의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송 원장은 아울러, "이를 위해 관련 지자체, 시민단체, 지역주민과 함께 공동 노력하고 복원사업이 지역사회 경제활동에도 긍정적 성과가 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