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문원·관문초,용인 나곡초 등 곳곳서 등교거부…“실질적 안전대책 나와야”

석면문제를 우려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분노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로 악화되고 있다.

경기도 과천의 문원초등학교에서 1,200여명에 이르는 재학생중 77%에 달하는 923명의 학생들이 5일부터 이틀째 등교거부를 하고 있다. 
 
학교와 주거지역에 인접한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석면철거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데 분노한 부모들이 학생들을 이틀째 학교에 보내지 않으며 거센 항의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학교와 교육청은 단순시설 공사라며 석면문제에 무지한 태도를 보일 뿐만 아니라 석면철거 허가관청인 노동부와 주거환경 문제를 책임져야할 환경부 역시 손을 놓고 있어 불만을 키우고 있다. 

7일 문원초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인 SK, 롯데 측에서 석면조사보고서와 같은 기본적인 정보제공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석면철거를 진행하고 있다.

▲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석면문제를 우려하는 문원초 학생들 대부분이 6일에도 등교를 거부한 가운데, 등교한 한 아이의 가방만이 썰렁한 교실 책상위에 놓여있다.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문원초 학부모 비대위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환경부의 조사에서는 재건축 현장에서 반경 2km이내에 살던 주민 78명에게 2년도 채 살지 못하는 석면암인 악성중피종이 걸렸다고 한다. 학부들이 불안해서 어떻게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느냐?"며 아이들 등교거부라는 적극적인 항의행동에 돌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원초 비대위는 석면철거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학부모와 주민이 참여한 가운데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석면철거를 진행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조합측은 이를 무시하고 9월2일부터 석면철거를 강행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부와 과천시청 역시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석면철거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에 문원초 학부모들과 인근 지역주민 200여명은 2일과 3일 오전에 재건축 현장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연데 이어 4일 오후에는 과천시청앞에서 집회와 기자회견을 갖고 시청과 시의회의 석면안전행정을 요구했다.

그래도 변화가 없자 5일부터 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극단적인 항의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과천에서는 몇년전부터 시 전역에서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석면문제가 불거져오고 있다.
 
여기에 학교에서도 석면건축물 철거 및 냉난방 시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석면문제는 그야말로 '핫 이슈'로 떠올랐다.

▲ 과천 문원초 학부모들과 주민 200여명이 과천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의 석면철거를 우려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위). 아래 사진은 주공2단지 재건축 현장 전경.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이로 인해 과천시내에 위치한 10여개의 초·중·고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석면문제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천시당국과 시의회, 교육당국, 노동당국, 환경당국 등은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채 방치하거나 실질적인 안전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이번 여름방학에 전국 1,279개의 학교에서 석면철거를 시행했는데 대부분 엉망으로 진행됐다.

때문에 개학을 맞은 학부모들이 석면에 오염된 교실과 복도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느냐는 우려의 민원이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빗발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6월부터 지속적으로 학교석면과, 재개발석면 문제에 대한 현장조사를 통해 문제해결을 촉구해왔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 8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여름방학 동안 전국 1,279개 학교에서 1,389개 건축물별 석면철거사업을 진행중이라며 해당학교와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석면공사를 진행한 학교는 초등학교가 837개교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 173곳, 강원 162곳, 전북 152개교 순으로 많았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과천에는 문원초 뿐만아니라 인근의 관문초에서도 석면문제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학교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석면문제로 인한 학부모들의 항의행동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나곡초에서도 석면문제로 학생 20여명이 등교를 하지 않고 있는 등 전국 곳곳에서 학교 안밖의 석면문제로 학부모들의 우려가 심각한 상태"라며 조속한 문제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의 석면정책 총괄부처인 환경부의 장차관이 나서서 시급히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개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지역 정치권이 앞장서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아울러 실질적으로 석면철거의 인허가 및 규제기능을 갖고 있는 노동부와 주거환경의 석면문제에 책임있는 환경부가 합동으로 재건축, 재개발로 인한 석면문제의 갈등을 민주적이고 친환경적으로 해결하는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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