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추세에 맞게 극복해야 할 과정” VS “인프라 부족 등 시기상조”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의 보급확대를 위해 여러 정책들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자동차 업체가 전체 제조·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판매하는 것으로, 미달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주에서 도입·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0월 당시 조경규 환경부 장관이 “자동차 전체 판매량의 약 2% 이상을 전기차로 판매하고 미달한 수만큼 과징금을 무는 미국의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를 도입하는 것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올 6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가 총 15,869대에 그치는 등 친환경차 보급이 매우 부진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는 전기 충전시설 등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다며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환경노동위원회), 미세먼지해결시민본부,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주최로‘친환경차 시대, 우리의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18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친환경차 시대, 우리의 과제’라는 토론회에서 한국자동차산업현회 윤경선 환경기술실장은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지구의 환경과 우리의 먼 미래를 생각한다면 친환경차 확대정책은 당연하고, 업계로서도 미래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일종의 생존 문제로 보고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윤 실장은 “미국은 1990년부터 약 20년에 걸쳐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인 'ZEV(Zero Emission Vehicle : 무공해차량)'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해 지난 2009년부터야 비로소 이 제도를 시행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전기차 급속충전기가 전국적으로 667기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소비자들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윤 실장은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친환경차 의무판매제가 도입될 경우 공급문제는 차치하고 약정한 친환경차를 판매하지 못해 내야 하는 과징금만 수천억원에 달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미국과 같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도입할 경우 연간 평균 판매량이 2만대를 초과하는 대형업체 위주인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국내·외 자동차 제조업체 간 차별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 서울대 입구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
이 같은 업계 쪽의 주장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 황상규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인 환경규제의 강화로 탄소배출권 거래는 자동찬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시스템 전반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친환경차 의무판매제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수출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는 극복해야 할 과정이자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아울러 “우리나라는 세계적 배터리 제작사, ICT 등 전기차 관련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보조금도 지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보급은 지연되고 있다. 이는 구매보조금과 같은 수요자중심의 지원정책에 한계가 나타났기 때문일 수 있지만 제작사의 소극적 공급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 등 해외 제작사가 국내 전기차 시장을 석권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친환경차 3총사라 할 수 있는데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를 병행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수소연료전지차는 아직 해결과제가 많지만 전기차는 틈새 차종, 세컨드카, 단거리용 등의 수요로 인해 향후 몇년 안에 득세가 예상된다”며 “실제로 수소연료전치차 등의 연구에 매진하던 미국, 유럽, 일본 등의 글로벌 메이커들도 이젠 전기차로 친환경차 중심을 전환하는 등 세계는 지금 전기차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물론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이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를 선언했고, 독일 볼보자동차는 2019년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웃 중국은 이미 전세계 전기차 시장 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자국내 친환경차 의무판매제도 시행한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상황임에도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추격자 역할에만 만족하고 있는 등 패러다임 전환에 있어서 뒤쳐져 있다. 주도권을 쥐고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요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적극적이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한편 강병원 의원은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가 친환경차, 특히 전기차와 관련된 논의가 많이 늦었다”며 “전기차 개발과 보급이 활성화되면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신산업성장이 생겨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경제에 있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고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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