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관장 백운석)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및 히로시마대학과 공동으로 수행한 ‘선태식물 조사 발굴 및 다양성 연구’를 통해 제주 지역에서 국내 미기록 이끼(선태류) 11종을 새롭게 찾았다고 밝혔다.

이끼는 관속식물과 달리 관다발과 뿌리조직을 갖고 있지 않으며, 크게 솔이끼류(선류식물문), 우산이끼류(태류식물문), 뿔이끼류(각태류식물문)로 구성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이끼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제주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조사 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 영실계곡, 거문오름, 곶자왈, 윗세오름 등으로 이끼의 생육 환경이 다양한 곳이다.

새롭게 발견된 종은 봉황이끼속 3종을 포함하여 솔이끼류 10종과 게발이끼속(Cephalozia) 우산이끼류 1종이다.

솔이끼류 10종 중에 가는단지이끼(Filibryum deguchianum)와 갈색네삭치이끼(Tetrodontium brownianum)는 국명이 정해졌으며, 나머지 9종은 국명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가는단지이끼는 김원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가 2016년 일본 큐슈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해 신종으로 보고한 종으로, 이번 발견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제주도 영실계곡과 효명계곡에서 생육이 확인됐다.

갈색네삭치이끼와 함께 효명계곡에서 솔이끼류 2종인 클라오포디움 그라실리뭄(Claopodium gracillimum)과 디피시움 뮤크로니포리움(Diphyscium mucronifolium)을 비롯해 우산이끼류 세팔로지아 키애리(Cephalozia kiaeri)가 새로 발견됐다.

조사지역 중 거문오름 지역은 특이한 풍혈 지형의 영향으로 고산에 분포하는 이끼 종들이 다수 확인됐으며, 그중 새로 발견된 캄필로스텔리움 삭시콜라(Campylostelium saxicola) 종은 유일한 분포지가 백두산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풍혈 지역은 산 속 바위 틈새 지역으로 여름에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가 바깥으로 배출된다.

거문오름 지역에서 발견된 네오디클라디엘라 펜둘라타(Neodicladiella pendulata) 종은 습한 지역의 나뭇가지 등에 긴 실타래처럼 늘어져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 피시덴스 크리스플러스(Fissidens crispulus Brid). 길이 0.5-1.2cm로 매우 작고, 마르면 잎끝이 살짝 말린다. 아시아 열대지역과 아프리카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이 밖에 곶자왈 지역에서 발견된 봉황이끼속 3종은 피시덴스 크레눌라투스(Fissidens crenulatus), 피시덴스 크리스플러스(Fissidens crispulus), 피시덴스 하이알리누스(Fissidens hyalinus)이며, 한라산 윗세오름 부근에서 발견된 시르톰니움 히메노필로이데스(Cyrtomnium hymenophylloides) 종은 솔이끼류에 속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국내 미기록 생물종 11종 중 국명이 정해진 가는단지이끼와 갈색네삭치이끼의 연구 논문을 세계적인 선태류 학회지인 ‘영국선태식물학회지(Journal of Bryology)’와 ‘일본식물학회지(Journal of Japanese Botany)'에 각각 지난 6월과 9월에 게재했으며, 나머지 9종에 대해서도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10월 중 투고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도 선태식물과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알리고 국민들이 이끼식물을 쉽게 이해하도록 ‘거문오름의 이끼(가칭)’ 등의 도감을 2018년에 편찬할 계획이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은 “그간 이끼류 조사는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연구 실적이 미비했다”며, “우리나라 이끼 분포조사를 계속해 제주 이외 다양한 지역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이끼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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