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전라남도 진도군에서 올해 시행한 명량대첩로 해역 수중발굴조사 성과를 12일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책임운영기관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에 걸쳐 수중발굴조사와 탐사를 진행해 토기, 도자기류와 총통 등 전쟁유물까지 다양한 종류의 유물 790여 점을 발굴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올해는 5월부터 5차 발굴조사를 새롭게 진행해 도자기 등 120여 점의 유물과 더불어 토기, 도기, 백자 등도 출수돼 다양한 시대의 유물들을 확인했다.

조사결과 이곳은 이전 조사들에서도 임진왜란 당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총통(銃筒), 석환(石丸, 돌포탄), 노기(弩機) 등이 확인돼 이 해역 일대가 당시의 해전지였음이 재확인된 곳이기도 하다.

올해 가장 많이 발굴한 유물은 아름다운 비취색을 띤 장식과 화려한 문양이 특징인 고려청자로 생산 시기는 12~13세기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강진에서 제작된 접시, 잔, 유병 등이 대표적이다.

▲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 발굴조사 현장 전경.
조사해역의 일부구간(약 200×180m구역)에서 집중적으로 출수된 닻돌들도 주목된다. 5차에 걸친 조사에서 총 60여 점이 발견됐는데, 이는 당시에 이 해역이 배들이 쉬어가는 정박지나 피항지의 역할을 해온 결정적 증거가 되는 유물이다.

특히, 중국식 닻돌은 진도 벽파항이 태안 마도(馬島), 군산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등과 더불어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항구였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수중 시야가 좋지 않은 명량대첩로 해역의 성격을 고려해 최첨단 해양탐사 장비인 수중초음파카메라(Underwater acoustic camera)와 스캐닝소나(Scanning sonar)를 발굴조사에 도입, 이상체와 유물 집중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의 탐사를 진행하여 다수의 유물을 발견하는 성과를 올렸다.

첨단 장비 활용을 통한 이번 수중발굴은 시야가 탁한 우리나라 서남해의 해양환경에서 탐사장비로 수중문화재를 찾기 위한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도 명량대첩로 해역은 남해와 서해를 잇는 길목으로 예로부터 많은 배가 왕래하는 해상항로의 중심 구역이었다.

또한, 고려와 조선 시대에는 전라·경상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곡과 화물을 실어 나르던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해상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진도 울돌목, 태안 난행량, 강화도 손돌목, 장산곶 인당수 등 우리나라 4대 험조처(險阻處) 중 가장 항해가 어려워 배들이 자주 난파되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은 정유재란 시기 이순신 장군이 조류를 이용해 일본군을 격파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 떨어진 곳으로, 관련 유물을 통해 당시 격전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명량해전이 벌어지기 전에 소규모의 해전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발굴해역의 남쪽에 있는 벽파항은 과거 벽파정이 있었던 곳이다.

벽파정은 고려 희종 3년(1207년)에 주로 중국을 왕래하는 국제적 사절을 위로하기 위해 창건한 정자로서 당시 활발했던 해상교류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명량대첩로 해역의 서쪽은 만(灣)의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과거 간척이 이루어졌던 곳이다.

이 때문에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흘러 유물이 넓은 범위에 흩어져 묻혀있고, 물속에서 시야(0~0.5m)가 확보되지 않아 장기적인 연차 조사가 필요한 곳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올해 5차 조사는 오는 11월 2일까지 진행될 계획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명량 해역에 잠든 해양문화유산의 흔적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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