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록스던 지음, 목수책방 펴냄

‘똥’을 얻기 위해 소를 키운다고?

이 책은 옥수수와 대두를 키우는 저자의 친구가 소똥을 얻기 위해 소를 키우기로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농지는 갈수록 지력(地力)을 잃어 가고, 언젠가는 고갈될 광물 자원에 의존하는 화학 비료의 가격은 결국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먹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계속 늘어난다.

지력이 떨어지는 것은 순간이지만, 토양 유기물 수준의 회복 속도는 더디기 짝이 없다.

사실 화학비료에 의존해 지력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값싼 화학비료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고, 현재 농사를 짓는 땅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과연 어떤 대안이 있을까.

저자는 “핵폭탄만큼 지구를 요동치게 할 만한”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과거의 농부들처럼 “인간 사회가 동물과 인간의 분뇨를 금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방법 밖에에는 없다”고 단언한다.
 
돈과 물을 마구 써가며 버리고 있는 똥오줌의 비료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퇴비화한 분뇨에는 식물에게 꼭 필요한 질소, 인산, 칼륨 성분은 물론이고 알게 모르게 땅 속에서 엄청난 일을 수행하는 수백만의 미생물까지 포함되어 있다.

분뇨는 심지어 비용이 한 푼도 들지 않는 비료이며, 인간과 동물이 존재하는 한 고갈될 일이 없는 ‘무한재생’ 자원이다. 이쯤 되면 똥오줌을 얻기 위해 소를 키운다는 농부의 말이 결코 황당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 책에는 칼럼니스트이자 문화사학자이기 이전에 농부였던 저자가 몸으로 경험한 가축의 똥오줌과 거름 관련 온갖 지식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쏟아진다.

거름 만드는 법, 거름 뿌리는 법, 관련 도구, 축사 관리법 등 실용적인 정보들이 많지만, 저자가 가축 배설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거름으로 꼽는 축사깔개를 이용한 거름팩(축사 바닥에서 덩어리로 굳어지고 다져진 거름) 이야기는 특히 유용하다.

한편 저자 진 록스던은 미국 오하이오주 어퍼샌더스키에 자리한 농장을 운영했던 진 록스던(1931~2016)은 늘 똑 부러지게 일하며 독창적인 목소리를 냈던 농부다.

‘반골 농부(CONTRARY FARMER)’라고도 불렸던 그는 평생 『소규모 곡식 경작』, 『자연의 속도에 따라 살기』, 『반골 농부의 텃밭 경작 안내서』, 『착한 영혼』, 『반골 농부』 등 20권이 넘는 농사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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