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가해자들에 대한 대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린 가운데 피해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5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존 리 전 옥시 대표(현 구글코리아 사장)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확정됐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면서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 73명 등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제품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인체 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 광고를 한 혐의도 받았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선 1, 2심 모두 “살균제가 유해한지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고,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가 사용된 거짓 표시 광고도 알았거나 보고받지 못한 점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 1월25일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형사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직후 피해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당초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세퓨 등 3개 기업 법인과 16명의 업체 관계자들을 포함해 총 19명의 법인과 해당 임직원들을 기소했다. 여기에 옥시레킷벤키저 측으로부터 사주를 받고 제품안전실험 용역을 한 서울대 조명행 교수와 호서대 유일재 교수 등에 대한 별도 형사사건도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총 21명의 기업과 임직원 및 대학교수들 중 일부 유죄로 대법에 계류중인 조명행 1명을 제외한 20명에 대한 최종판결이 나온 상태다.

이번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기업이 만든 제품에 의한 소비자 치사, 치상 피해사고와 관련해 기업의 사장을 포함해 임직원 14명에 대해 금고 2년6월에서 징역 6년까지의 유죄를 확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인한 피해규모가 2018년 1월19일까지 신고된 피해자만 5,973명에 사망 1,301명, 정부의 연구용역으로 추산된 잠재적 피해자도 30만~50만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사법부가 가해 기업·관계자 16명에게 총 53년의 실형을 판결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도 함께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최소 43개로 조사되는데 검찰이 기소해 재판을 받은 제품은 4개에 불과하다. 특히 피해자를 많이 양산한 애경, 이마트 등의 제품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수사조차 하지 않았고 이들 기업들은 피해배상은 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일으킨 살인기업들에 대한 사법체계의 진상과 책임규명은 일부기업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 됐지만 이제부터는 사회적참사 특별법이 보장하는 특별조사위원회와 특별검사제도를 통해 새롭게 진상이 규명되고 사법적인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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