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높이 둘레 300㎝ 이상 큰나무 10년 이상 발굴, DB화한 나라 한국이 유일

큰나무는 주로 생활권 주변에 자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노거수’와는 달리 우리 산림 지역에서 자라는 아주 크고, 또는 오래된 나무를 말한다.

큰나무는 산림생태계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생물체에서 아주 큰 생물체에 이르는 모든 먹이사슬을 부양하는 ‘소생태계’이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은행’의 기능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외국의 저명학술지에 보고된 바 있다.

즉 크고 오래된 나무 한 그루는 수많은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먹이와 다양한 서식공간을 제공하고 있어, 그것의 소실은 그와 연관된 생물종 (의존생물종)의 동반 멸종을 초래할 수 도 있다.

지난 3월 영국 가디언 (The Guardian)에서는 유럽의 토지이용 변화에 의해 큰나무들이 감소함에 따라 나무 딱정벌레의 25 %가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큰나무들은 산림생태계의 고유성, 자연성, 역사성 등을 담보하는 소중한 산림자산으로 보전 가치가 아주 높으며, 국제적으로 많은 보전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생물다양성 보전과 탄소흡수 기능이 우수한 큰나무 보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구체적인 보전 그리고 증진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대부분 큰나무가 많은 성숙림을 벌채로부터 보호하거나, 분포 현황과 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세계적 각지의 큰나무들은 벌채, 산불, 서식지 단편화, 기후변화 그리고 기타 복합적 요인으로 감소 추세가 관찰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생활사를 큰나무에 의존하는 수 많은 곤충류와 대형 포유류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립수목원(이유미 원장)은 동양대학교(신준환 교수), 경북대학교 (배관호 교수)와 함께 10년 이상 발굴한 우리 산림 지역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 73종 308개체의 생육분포도와 그 생태적 기능에 대한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 단간목 중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두륜산의 느티나무(좌, 가슴높이 둘레 740 ㎝), 복간목 중 우리나라에서 두 번 째로 큰 한라산의 구실잣밤나무(우, 가슴높이 둘레 991㎝).
공동연구진은 큰나무에 대한 관심과 관련 연구가 보다 일찍 시작된 북미나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그 탐색과 보전에 대한 이론적 및 기술적 측면은 미흡하지만, 국가 전체 산림 지역을 대상으로 큰나무의 생태 기능 평가 및 보전의 필수 자료인 객관적 분포 실태와 개체 특성에 대한 정보를 DB화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공동연구진은 우리숲 큰나무 보전을 위한 전략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작성중이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큰나무의 생물서식지 기능,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 먹이원 생산 기능, 생태계 순환 기능, 생물 상호작용의 생태 기능 평가 그리고 개체군 모니터링을 포함한 차후 연구 활동 계획을 담을 예정이다.

이번 평가결과에 따르면 우리 산림에서 가슴높이 둘레 기준으로 가장 큰나무는 줄기가 하나인 단간목의 경우 740㎝의 느티나무(두륜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601㎝의 산벚나무(한라산), 574㎝의 주목(계방산)이 이었다.
 
줄기가 여러 개인 복간목의 경우 1,113㎝의 피나무(설악산), 991㎝의 구실잣밤나무(한라산), 947㎝의 너도밤나무(울릉도 성인봉) 등의 순이었다.

큰나무의 수종별 개체수는 신갈나무가 58개체로서 가장 많은 개체수 비율 (18.8 %)을 차지했고, 주목 35개체, 피나무 28개체, 그리고 소나무 17개체 등의 순이었다.

큰나무 73종에는 나무의 크기 외에 종의 생장특성을 고려하여 철쭉, 노린재나무와 같은 관목류 2종도 포함됐다.

관목 2종을 제외한 교목성 수종의 다양성과 희귀성을 평가한 결과, 우리 산림지역의 큰나무(71종)는 천연기념물 노거수 (44종)에 비해 다양성과 희귀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조사 된 산림 내 큰나무들은 육상 보호구역(백두대간보호구역, 국립공원보호구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내에 종다양성의 82.2%, 개체수의 74.7%가 분포하고 있었다.

보호구역 유형 별 큰나무 개체 분포 비율에서는 국립공원보호구역이 52.3%로 가장 높았으며, 백두대간보호구역이 45.4%, 그리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22.4%의 순이었다.

식생기후대 별 분포에서는 큰나무들은 한대기후대 (38%)와 냉온대기후대 (38%)에 약 76%의 개체가 분포하여 주로 생육지가 고산 및 한랭한 지역으로 분석됐다.

과거에 비교적 인간 활동의 강도가 낮았던 고지대 지역에 우리나라의 큰나무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큰나무 발굴과 생태 기능 평가에 오랫동안 헌신하고 있는 한국산림생태연구소 조현제 이사장(산림생태학박사)은 “우리 숲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큰나무 지도가 완성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우리숲의 살아있는 산림역사인 큰나무를 국가적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보다 잘 보전하고, 다음세대를 위한 미래의 큰나무를 육성시켜야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산림청 임업기술연구개발사업 (과제 번호 S111515L040120)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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