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B. 캅 주니어 지음, 지구와사람 펴냄

미국의 저명한 신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B. 캅 주니어의 저서다.

1925년생인 캅은 50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환경운동에 헌신하며 전 세계 많은 이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지구환경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만큼 악화됐으며 그로 인한 인류 문명의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냉철히 진단한 뒤에, 그것을 멈추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한 마지막 돌파구를 간절히 호소한다.

 
이 책은 단행본 형태로 나오지 않은 캅의 원고를 모은 것이다.
 
대부분의 원고가 2010년 이후 집필되어 웹진 『지저스재즈부디즘』(현재 『뉴호라이즌』으로 개편)이나 판도포퓰러스 웹사이트에 칼럼 형태로 실렸던 글이다.

글 한 편 한 편마다 지구환경이 계속 악화되는 걸 오래 지켜봐왔으면서도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나은 세계를 물려주고자 노력하는 캅의 진심이 담겨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과정철학의 기본 개념으로부터 생태문명의 실천적 단위인 지역공동체의 요건에 이르기까지 캅의 학문적 흐름과 생각을 쉽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미국 대선 상황 등 시사적 주제의 글도 포함되어 최근 현실을 바라보는 캅의 진단을 살펴볼 수도 있다.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 과정사상연구소 한국생태문명프로젝트 연구원으로서 캅의 사유를 직접 접해온 한윤정 박사가 글을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오랫동안 지구가 파괴되는 모습을 목도해온 캅은 “우리는 끔찍한 시간을 살고 있다”고 절규한다.

그는 “희망적인 사람”임을 자처하지만, 현대 세계는 이미 지구의 한계를 넘어섰으며, 그로 인해 인류가 이뤄온 문명은 붕괴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중요한 질문 두 개가 인류 앞에 제기된다.
 
⑴ 얼마나 남을 것인가, ⑵ 우리는 폐허에서 지속 가능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캅은 이렇게까지 악화된 이유 중 하나로 현대 세계가 인류로 하여금 실재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문명의 자기 파괴를 멈추거나 최소한 늦추기라도 하려면 더 나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은 ⑴ 거의 남지 않는다, ⑵ 아마 불가능하다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재의 본질에 대한 더 나은 이해란 무엇인가?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철학을 계승한 과정철학은 실재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사건으로 바라보며 이 과정에서 존재 간의 상호연관성을 강조한다.

존재는 매 순간의 경험을 통해 타자와 환경의 영향을 수용하면서 새로움과 가치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전진한다.
 
‘화이트헤디언’인 캅은 이러한 과정철학을 바탕으로 근대 철학에서 비롯된 실체적 세계관을 인간과 다른 존재들 사이의 연속성,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생태적 세계관으로 대체하지 않는 한 절박한 생태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이 책에는 이 같은 철학, 신학뿐 아니라 윤리학, 교육학, 경제학, 물리학, 생물학, 농경학, 도시공학 등 다양한 학문을 가로지르는 캅의 생태적 사유가 ‘지구를 구하는 열 가지 생각’이라는 제목하에 10개의 명제로 잘 정리돼 있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