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영 지음, 자연과생태 펴냄

『나무의사 우종영의 - 바림』은 나무와 함께하는 삶을 온몸으로 살아온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특유의 식물 감성을 바탕으로 쓴 인문과학 에세이다.

‘바림’이란 그림을 그릴 때 물을 바르고 마르기 앞서 물감을 먹인 붓을 대어, 번지면서 흐릿하고 깊이 있는 색이 살아나도록 하는 일을 가리킨다.

 
과학과 신화를 넘나들고 문학과 철학을 가로지르는 그의 문장은 인식론과 존재론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다. 상상계와 실재계가 섞여 든 스무 그루 아름드리나무와도 같은 스무 편의 글은 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사람이 지켜야 할 윤리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평생 나무를 오로지하며 몸에 밴 깨달음을 아름다운 언어로 조탁해 독자에게 건넨다.

그의 깊은 나무 사랑과 연민이 묻어나는 통찰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저질러 온 비윤리 상황을 고스란히 비추고, 예비 나무의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힌다.

1세대 나무의사로서 겪은 가슴 아픈 순간과 나무와 교감하는 방식, 연민에서 비롯한 바람을 담은 이 책에는 독자 가슴에 주장 없는 웅변으로 스며드는 힘이 있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문득문득 깨우친 것들을 차곡차곡 적어 두었다가 바림질하듯 부드럽게 세상을 초록빛으로 물들이고 싶은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한편 저자 우종영은 1954년 서울 정릉에서 태어나 자연의 품 안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천문학자의 꿈을 품었던 중학교 시절, 자신이 색약이라는 사실을 안 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방랑길에 올랐다.

우연히 일하게 된 곳은 식물 온실이었고, 이후 하늘의 별 대신 땅 위의 별인 꽃에 빠졌다.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시작했던 꽃 농장 사업에 실패하면서 죽음에까지 몰렸을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나무였다.

그때부터 오로지한 평생의 업이 시작됐다. 그는 나무가 보여 주는 고통의 언어를 들어 주고 치료해 주는 나무 관리회사를 차려 자신이 나무에게서 받은 것을 갚으며 살았다. 전국의 산을 구석구석 다니며 나무와 교감하고 공부하고 보살폈다.

그가 골몰해 소망하는 것은 나무들이 아프지 않고 사람들과 행복하게 동행하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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