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은 ‘단지 개, 고양이랑 살았을 뿐인데 내가 참 많이 변했어.’라고 느낄 때가 있다.

내 앞을 휙 가로지르는 길고양이의 안녕이 걱정되고, 종영된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동물이 잘 지내고 있는지 뒤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저자 또한 19년을 함께 살아준 반려견 찡이 덕분에 삶이 통째로 바뀌어서 동물 책만 전문으로 내는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신문, 잡지 등에 썼던 글을 모은 것으로, 개, 고양이를 만난 후 변화한 자신에 대한 기록이자 대부분의 반려인이 겪는 보편적 여정에 대한 기록이다.

반려동물을 만나고 겪는 변화는 적응이 만만치 않다. 그간 살아왔던 대로 편하게 살게 두지 않기 때문이다.
편하게 먹고, 입고, 즐기던 것들이 모두 불편해진다. 심지어 국민간식인 ‘김(밥)떡(볶이)순(대)’을 먹는 것도 주저하게 만드니 보통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반려동물에게는 덕분에 생긴 불편함도 기꺼이 수용하게 만드는 대단한 힘이 있다.

반려동물과 산다는 건 그들과 인간이 다르지 않다는 걸 배우는 과정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기쁨, 슬픔, 연민, 두려움 등의 감정을 지니고 있고, 놀이를 즐기고, 싫은 것과 좋은 것이 뚜렷하고, 신뢰와 우정을 알고, 어려운 일에는 협동도 하고 도움을 요청할 줄 안다.

동물 각자는 고유한 개성을 갖고 있는 개체라는 것도 알게 되니 길에서 만나는 길고양이도, 동물원의 동물도, 농장동물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의 확장을 겪게 된다.

같은 생명인데 개는 사랑하고, 소, 닭, 돼지는 먹는 윤리적 딜레마를 끊고 싶어서 식탁에도 윤리를 적용하게 된다.

그리고 기꺼이 그들이 바꿔준 모습대로 살고 싶어지게 만든다.

반려동물을 만나서 살아가는 과정은 고스란히 한 인간의 성장기가 된다.

개, 고양이에 포섭된 인간이 그들 덕분에 조금 불편해졌지만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성장기.

한편 저자  김보경은 동물 책만 내는 구멍가게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공장장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입고, 즐기는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책을 내고, 글을 쓴다. 개, 고양이, 길고양이와 어울려 서울 산동네 한 구석에 산다. 『19살 찡이, 먼저 나이 들어버린 내 동생』,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공저)』, 『사람을 돕는 개』를 썼고,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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