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희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전국 4,799 곳에 조성된 살처분 매몰지.

저자는 이 살처분 매몰지를 2년 이상 추적하고 기록,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살처분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와 치유를 전한다

살처분 현장을 보며 사람들은 생명을 함부로 하는 불경함, 생명의 가치보다 경제성이나 합리성이 우선시 되는 냉혹함을 목격하고 가슴 아파하고 두려워했다.
 

 
과연 지금의 대량 살처분 방식이 합당한지 의문도 가졌다.

『묻다』는 가축 전염병의 예방과 대처법, 살처분 방식에 대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던 작가가 살처분 매몰지를 기록한 경험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낸다.

책은 매몰지를 찍은 사진을 사진전과 같은 형식으로 보여주고, 저자가 매몰지 촬영을 하면서 품었던 살처분 방식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사진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살처분이 남긴 상처와 치유를 전한다.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묻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화내고, 고마워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동물 매몰지를 기록한 작가 덕분에 그간 우리가 먹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그들이 아플 때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는 첫 전시회 후 죽은 동물들을 위한 제의의 의미로 사진을 다 태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시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 또한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3년째 작품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장에서 사진만 볼 수 있었다면 책에서는 사진과 함께 모든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덕분에 독자는 더 쉽고 아프지 않게 살처분이라는 힘든 주제에 비로소 다가갈 것이다.

살처분 매몰지에 관한 이야기지만 단지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묻다』 전시장을 찾았던 유치원생들이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찌하면 되는지 알게 된 후 깔깔깔 웃고 나갔던 것처럼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편 저자 문선희는 이성적으로는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고, 감성적으로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묻다』 외에 5·18 당시 아이들의 기억을 엮은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고공농성에 관한 작업인 『거기서 뭐 하세요』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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