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기행 4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마을 주민중 장수하는 분들이 많아 그냥저냥 '장수마을'로 불리던 곳. 동네 청년들이 모두 도시로 빠져나가 멕아리가 없던 폐광촌은 딱히 특징이 없어 자랑거리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러다 2005년 모든 게 뒤바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이 상영되고 난 후다.

▲ '웰컴투동막골' 영화세트장 가는길 안내판.
'웰컴투동막골'은 전쟁영화다. 그러나 6.25 전쟁이 일어난 지도 모르고, 갑자기 방문한 외지인(한국군, 인민군, 미국군)을 반갑게 맞이하고 대접해 보냈던, 동막골 사람들의 착한 심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담은 휴머니즘 영화다.

이 영화가 전국 관객 8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자, 자연스레 영화 촬영의 배경이 된 이 곳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영화 촬영을 위해 2004년 8월 중순부터 100일동안 1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지은 집 10채, 방 20개 등의 세트는 고스란히 마을의 자산이 됐고, 우물에서 개울까지 완벽한 ‘동막골‘이 재탄생되기에 이른 것이다.

▲ 영화 '웰컴투동막골'에 촌장집으로 쓰였던 세트.
이를 계기로 '동막골'은 관광객도 유치하고 달고나 체험, 떡메 치기, 뻥튀기, 감자전 부치기, 동막골 생막걸리시음까지 다양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농촌체험마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이 ‘동막골’이 최근 다시 한 번 세인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6․25 전쟁조차도 무너뜨릴 수 없었던 강원도 평창 ‘동막골 사람들’의 ‘순수함’과 ‘따뜻한 인간애’가 벽화로 재현됐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6일 박앤드윤공공미술연구소(공동대표 윤경희․박병철)가 ‘웰컴투동막골(2005년 개봉)’ 촬영지로 알려진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에서 벽화그리기 재능기부활동을 펼쳤다고 25일 밝혔다.

벽화는 ‘웰컴투동막골’의 주제인 ‘휴머니증’을 담아 표현해 냈다.

영화의 주요장면을 만화형식으로 마을 입구 담벼락에 대형벽화(높이 2미터×길이 20미터)와 버스정류장에 소형벽화(높이 2미터×길이 7미터), 그리고 18 가구의 집 담벼락에 그렸다.

이번 벽화그리기 재능기부 작업을 총괄한 박병철 공동대표는 “영화에서 표현되었던 ‘세상에 모든 이들의 마음속 휴식처’인 동막골 마을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를 벽화라는 공간에 오래도록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 재능기부 참여자들이 '웰컴투동막골' 주요장면을 재미있는 만화형식으로 마을 담벼락에 그리고 있다.
박앤드윤공공미술연구소 박병철 공동대표는 이번 동막골 재능기부를 계기로 본격적인 농어촌 벽화그리기 재능기부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박병철 대표는 9년전 충남 태안으로 귀촌하였다. 아름다운 농어촌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 전설 등을 담벼락에 그리는 공공미술 접목을 꿈꿔 왔었다. 그 꿈은 2009년 태안 이원방조제에 희망벽화 작업을 총감독하면서 실현하게 됐다.

기름유출 사고로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인 아픔을 겪었던 태안군민들을 위로하고 기름제거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나눔과 헌신의 정신을 벽화라는 공공미술로 구현하면서 커다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박병철 대표는 “130만명 자원봉사자들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적인 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심정을 말했다.

이원방조제 벽화는 한국기네스에 국내최대벽화(길이 2.73km, 제작기간 6개월, 수성페인트 1,600통(1.8리터))로 등재됐다.2004년부터 50여점에 이르는 벽화를 그려왔던 박대표는 2011년 9월 충남 아산시 내이랑마을 벽화를 그리면서 본격적인 농어촌 마을 벽화그리기에 나서게 됐다.

재능기부자와 재능이 필요한 농어촌 마을을 연계해 주는 스마일재능뱅크(www.smilebank.kr)를 통해 농어촌에 벽화를 그려주기를 원하는 마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이랑마을도 스마일재능뱅크를 통해 인연이 됐다.

박병철대표는 이번 동막골 벽화그리기를 시작으로, 6.21일 남해 다랭이 마을과 남해 바래길에 벽화 및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올해 총 30여개 마을에 재능기부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벽화그리기 재능기부 참여자들(오른쪽부터, 박병철 대표, 홍익디자인고 미술동아리 ‘두드림’ 이지희 단장).
박대표는 ‘농어촌 마을에 공공미술 개념을 도입하여 좀더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마을 벽화그리기를 시작했다. 마을 전설이나 관광자원 등을 벽화로 그려서 마을 환경개선은 물론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마일재능뱅크를 통해 벽화를 요청하는 마을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물감 등 재료비를 부담할 수 있는 마을이면 어느 곳이라도 재능을 기부하러 다닌다.

박대표는 “올해 30여개 마을에서 벽화그리기와 조형 미술물을 설치하는 재능기부를 실시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면서,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나 미술학도들이 농어촌 벽화그리기 재능기부에 적극 참여한다면, 농어촌 마을과 공동체가 활력을 되찾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동막골 마을 벽화그리기 재능기부활동에는 경기 화성소재 홍익디자인고등학교(구, 수원 경성고) 미술 동아리 ‘두드림’(단장 2학년 이지희, 지도교사 정유진) 회원 23명도 참여했다.

소외된 지역주민의 마음의 문을 두드려 섬기고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된 홍익디자인고 미술동아리 ‘두드림(Do Dream)' 회원 23명은 ’웰컴투동막골‘ 촬영지로 유명한 마을에 자신들의 재능을 기부했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학생들은 벽화그리기 며칠 전부터 박대표와 함께 벽화 컨셉 시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였다. 영화의 주요장면을 그릴 때는 학생들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 영화 ‘웰컴투동막골’의 한 장면인 옥수수 창고에 떨어진 수류탄의 폭발로 팝콘 눈이 내리는 장면을 묘사한 벽화.
특히 영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 ‘팝콘 눈이 내리는 장면’을 수류탄과 함께 그려 넣은 점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념과 사상의 극한 대립을 상징하는 수류탄과 긴장과 불안 해소를 나타내는 팝콘을 함께 그림으로써 영화에서 표현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벽화로 훌륭하게 재현했다.

홍익디자인고 ‘두드림’은 올해 1인당 100시간씩 농어촌 재능기부를 목표로 세우고, 벽화나 페이스페인팅 등 다양한 미술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5.19일 경기 화성시 화산동 벽화그리기를 시작으로 5.24일 충남 서산시 인지면 용연마을에 벽화를 그렸으며, 이번 동막골 마을 벽화가 세 번째이다.

학생들은 수학여행 중에도 벽화그리기를 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서산 용연마을 벽화그리기는 지난 5.22〜24일간 수학여행 중에 하루를 할애하여 실시한 재능기부 활동이었다.

두드림 동아리 이지희(고2) 단장은 “주말을 이용해 미술 재능기부 100시간 실시를 목표로 정하고 올해 세 번 재능기부를 추진했는데, 주말인데도 회원들의 참여가 많았다”면서 올해 안에 100시간 목표달성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같은 동아리 2학년 박영훈 학생은 따가운 햇볕보다 날파리들 때문에 고생했는데,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손에 음료수 두 캔을 쥐어주시며, “보잘 것 없지만 이거 마시고 힘내요, 그나저나 그림 참 예쁘네!”라고 하셨을 때, 자신을 비롯해 지친 친구들이 큰 힘을 얻었다며, “이것이 봉사를 하게 하는 힘의 원천이 아닐까요?” 되묻기도.

동막골마을 사무장인 조미향씨는 “동막골 영화세트장을 새로운 문화의 장으로 변모시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면서, 이번 마을 벽화 작업은 마을 발전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조 사무장은 “그동안 영화세트장 말고는 크게 내세울 게 없었는데, 이번 마을 벽화 작업으로 인해 마을 방문객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을 환경이 개선됨으로써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재능기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찾아가는 길
영동 고속도로 새말IC → 42번 국도(안흥방향) → 방림 삼거리에서 42번 국도(평창방향)
→ 평창(정선방향) → 미탄방향 율치삼거리에서 영월방향으로 우회전하여 2km 직진

▲ 동막골의 체험 안내 표지판.
▣ 여행 tip
‘웰컴투동막골’ 세트장은 생각(?)보다 작다. 해서 세트장만을 목표로 여행을 계획했다간 실망하기 십상. 그러나 실망은 이르다. 율치리 주변에는 다양한 관광자원들이 많다. 백룡동굴, 칠족령, 아라리보존회등. 여기에 통상 7, 8월에 열리는 ‘동막골 축제’와 ‘1박2일 체험프로그램’, ‘주말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 곤드레밥에 송어잡이까지 신나게 먹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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