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 완료 발표후 ‘붉은 수돗물’ 5일째, 오염지역도 증가…“수돗물 불신 커질 듯”

인천 서구 일대 학교와 아파트 등에서 5일째 ‘붉은 수돗물(적수)’이 나오고 있지만 인천시와 상수도사업본부의 안이한 대처로 사태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급수지역 주민의 불안감 뿐 아니라 시민 전체의 수돗물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 검암·백석·당하동 일대 수돗물에서 적수가 나온다는 민원은 지난 5월 30일 오후 1시께부터 접수됐다.

조사 결과, 서울 풍납·성산가압장의 펌프 설비 전기공사로 인해 팔당 취수장에서 인천 공촌정수장으로 들어오는 수돗물이 끊긴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단수 없이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또 다른 서울 풍납 취수장의 수돗물 공급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관로를 전환했는데, 이때 서구 지역에 적수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인천 수돗물 수계전환도.
이에 따라 인천시는 지난 1일부터 1차 대책회의를 통해 긴급대책반을 운영하고, 관련 부서 및 검단출장소와 해당 지역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문제는 인천상수도사업본부가 1일 관로 복구를 완료했고, 수질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성급히 발표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아울러 샤워기 등 필터가 까매지는 것은 온수를 섞어 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가 이 같은 발표를 한 배경에는 관로 복구 등을 완료했기 때문에 더 이상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천상수도사업본부의 판단과는 달리  수돗물이 복구됐다고 한 뒤에 오히려 오염 정도가 심해졌고 적수가 나오는 지역도 늘어났다.

실제로 인천 서구 일대 학교와 아파트 등에서 30시간 이상 붉은 수돗물(적수)이 공급되다가 복구됐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수돗물이 오염된 상태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태다.

인천시 서구 검단·검암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인 ‘너나들이 검단+검암맘’ 등에 따르면 서구 지역 주민들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수돗물 오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당 커뮤니티의 글쓴이는 "아직도 기절할 만한 적수가 나오고 있다"며 수돗물 복구 이후 새로 바꿔 끼운 샤워기 등 필터가 까맣게 변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또  수돗물을 사용한 뒤 피부병이 생겼다며 관련 사진을 올리는 이도 있었으며, 수돗물을 마신 뒤 배탈, 복통이 발생했다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 수도꼭지에 연결된 필터에 색이 누렇게 변한 모습. 사진=너나들이 검단신도시·검암맘 카페
일부 주민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수돗물을 채취하는 등 자료를 취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3일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계전환에 따라 관로의 수압이 일시적으로 높아져 이물질이 수돗물에 녹아들어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하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지역 주민들께 걱정을 끼친 점 시장으로서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4일에는 박준하 행정부시장이 직접 나와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박 부시장은 “직접적인 수돗물 수질피해를 입어 고통을 받고 계시는 서구 시민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수돗물 수질문제로 인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계실 인천시민 여러분에게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부시장은 그러면서 “30일 오후부터 서구지역에서 적수발생 신고가 접수돼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해 260개소 수질검사 실시, 113개소의 소화전에서 11만 7천여톤 방류, 미추홀참물 28만 3천병을 공급하는 등 조치를 취했으나, 5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구지역에서 적수가 발생하고 있어
전문가·학부모·주민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보다 세밀한 수질검사와 현장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부시장은 “이와 같은 혼란과 불안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응 메뉴얼과 단수 또는 물 공급 체계전환에 따른 사전 시민안내 메뉴얼, 인천시와 군·구 및 유관기관간의 협력 메뉴얼을 구축하도록 하겠다”며 “마지막으로, 서구지역에 발생한 수질피해로 불편과 고통을 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신속한 복구 및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재차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인천시의 이 같은 사과발표와 재발방지 약속에도 불구하고 인천시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단수나 수계전환 때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로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의 성급함이 공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수돗물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뼈아프며, 시민들의 수돗물을 멀리하는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자책했다.

한편 인천시는 이번 적수 문제로 인한 주민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문제가 발생한 곳에 대한 병입 수돗물 공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는 아울러 저류조 청소를 원하는 아파트 단지가 있을 시 청소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교육청은 피해 학교 10곳에 대해 이달 4∼7일 나흘간 급식을 중단하고 정수기 사용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학교는 사정에 따라 대체 급식, 개인 도시락 지참, 단축 수업 등을 하게 된다. 서구 지역 다른 학교들은 학교장이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급식 제공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