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람 지음, 열매하나 펴냄

바다거북을 괴롭히고 해양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빨대의 대체품으로 많은 사람들이 스테인리스와 종이, 실리콘으로 만든 빨대에 주목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제품으로, 그 과정에서 많은 자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 자연에 더 가깝고 환경에 해를 덜 끼치는 방법은 없을까?

 
누군가 SNS에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기다란 갈대를 통에 꽂아 음료를 마시는 사진을 올렸다.

빨대는 근현대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고대로부터 내려온 것이었고, 그 재료는 당연히 갈대였다.

저자인 이파람은 사진을 보고 직접 갈대로 빨대를 만들기로 한다.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새내기 귀농인에게는 왕성한 호기심과 더불어 밭농사를 훼방 놓는 무성한 갈대가 있었다.

『이파브르의 탐구생활』은 서울 한복판에서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다 2년마다 집을 옮겨 다녀야 했던 서울살이에 지쳐 다음 집으로 이사하듯 홍천으로 이주한 이파람의 첫 시골살이 2년간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다.

안정적인 직장도, 가진 재산도 없었지만 귀농귀촌과 자급자족을 통해 삶을 바꾸고 싶었고, 그 중심에는 친환경적인 생활에 대한 바람이 자리했다.

농사지어 식량을 자급하겠다며 농촌으로 왔지만 농사 말고도 재밌는 것이 천지였다.

별일 없어도 산에 올라 뭐가 있는지 탐험하길 즐기고, 밭일을 하다가도 잎을 갉아먹는 벌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채 몇 시간이고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 저자는 이파브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세하게 기록했다.

또 할머니들을 비롯한 마을의 언니들을 두루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평소에 생각하던 자급자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 돌아보며, 자립은 결국 혼자 버티며 살아남는 결과가 아니라 살가운 친구, 좋은 이웃들과 일상을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임을 깨달았다.

이와 환경에 해가 되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더불어 밭농사를 훼방 놓는 무성한 갈대로 직접 빨대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골에서 보낸 하루하루와 소중한 사람들을 담아낸 그림과 평화롭고 건강한 삶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저자 이파람은 서른 살이 되던 해 자립을 꿈꾸며 스스로 이름을 지었다. 잎새와 바람을 합친 이파람이란 이름에 자연의 흐름 따라 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해와 함께 일어나 농사짓고 해가 기울어지면 작업하는, 반농반작의 농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온전히 살아낸 하루하루와 소중한 사람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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