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은 지음, 반니 펴냄

동물원은 인간의 즐거움과 볼거리를 위해 탄생했다.

최초의 동물원은 제국주의 정복자들의 권력 과시욕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죽거나 멸종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과 호기심 충족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전 세계에 동물원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 동물원인 창경원 역시 사람들이 쉬는 공원 일부에 진귀한 동물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동물원들은 진귀한 동물들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에 집중했고, 그 과정에 동물들의 행복과 복지는 고려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공영동물원의 한계는 단지 물리적 공간과 재정의 제약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영동물원 관리의 최고 책임자는 대부분 순환직 공무원으로 동물에 대한 애정도와 전문성에서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동물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전문성 부족과 동물원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어 동물원 관리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스웨덴 출신 의사이자 작가인 악셀 문테는 동물원을 비유해 이런 말을 했다.

“야만적이고 잔인한 동물은 창살 뒤에 있지 않다. 창살 앞에 있다.”

동물원은 우리 안의 자비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이고, 인간이 함께 사는 다른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나라의 시민 의식 수준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왜 동물원이 문제일까?』는 청소년들에게 동물원이 더 이상 어린 시절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주던 공간이 아님을 제목에서부터 암시한다.

인류의 문명화 과정에서 동물원이 탄생하게 된 배경, 현재 한국 동물원의 실태와 멸종 위기종, 전 세계 동물원이 공통적으로 가진 한계점과 동물 복지의 개념 도입 후 서서히 진화하고 있는 동물원의 모습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는 자신이 동물원에서 고통당한 동물들을 직접 만나 구조하고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파괴된 자연 서식지의 종 보전과 생명 다양성 확보를 위해 동물원이 꼭 실천해야 할 내용을 힘주어 강조한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체험동물원의 문제점,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동물공연 등을 소개한 뒤 동물 복지의 개념이 미래의 동물원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은 인류와 동물이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소중히 대하는 문제가 왜 중요한지를 청소년들에게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이 책을 읽고 동물원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모든 존재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사회에서 나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자 전채은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을위한행동ACTION FOR ANIMALS’ 설립자 이자 대표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철학과 역사를 전공했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학대받은 개 한 마리를 구조해 함께 살다가 애견동호회에서 회원들이 키우던 개를 교환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동물복지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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