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이항 '과총')는 말 그대로 국내외 한국인 과학기술단체의 총연합회다.

지난 1966년 창립 이후 국내 및 재외한국인과학기술단체를 유기적으로 연합하여 과학기술의 창달을 도모하고 과학기술자의 자질과 지위향상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회원단체를 육성하고 국민생활과학운동을 전개하는 등 국가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과총 50여년 역사상 지난 2016년 첫 여성 회장으로 취임해 화제를 뿌린 인물이 있다.

바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최장수 환경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한 김명자 회장이다.

‘찾아가고 싶은 과총·국민과 함께하는 과총·프런티어 개척의 과총’을 만들겠다던 취임 일성이 엊그제 같은데, 내년 2월이면 퇴임을 한다.

쏜살같이 흘러버린 3년이지만 돌아보면 업적이 만만치 않다.

조직의 단합을 위해 취임사에서 ‘소통·융합·신뢰’를 키워드로 제시했는데, 이 역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 같아 후회나 아쉬움은 없단다.

과총의 특성상 회장 임기 만료 1년 전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데, 아직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명자 회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소회를 들어봤다.

참고로 김명자 회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지니아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와 숙명여대 교수를 거쳐 환경부장관으로 3년 8개월간 재임하면서 최장수 여성장관 기록을 남겼다.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이사장 등을 지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과총 창립이래 첫 여성회장으로 재임 중이신데, 역점 사업은 무엇이었으며 현재까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또한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통합과 소통’의 가치 실현이었다. 취임 당시 '우리 함께'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었다. 과총이라는 거대 조직이 ‘우리 함께’,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핵심가치로 뭉칠 때 과총의 시대적 소명을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엇보다 과총의 주인인 회원단체가 중심이 되고, 주인의식을 갖고 동참하는 것이 과총의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600여개 학회와 단체, 13개 지역연합회, 18개국 재외과협이 공동포럼을 여는 등 전문가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공론화 장을 열고 그 결과를 다른 부문과 공유하는 일을 시스템화하고 정착시켰다. 그 결과 과총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 같다.

2019 역점 사업으로는 ‘미세먼지 국민포럼’과 ‘플라스틱 이슈 포럼’을 출범시켜, 연 6회 이상의 포럼 시리즈를 열고 있다. 그 계기가 됐던 것은 2018년도 과총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에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이슈가 나란히 1, 2위에 오른 것이었다. 과총 회장으로 일하는 데 마치 환경 문제가 날 따라오는가 싶었고, 사명감도 있었다. 지금까지 두 포럼 모두 5회까지 진행됐고, 한 차례씩의 포럼이 남아 있다. 포럼의 마무리가 중요한데, 각 부문별로 실천에 옮길 행동지침을 정리하고자 한다.

과총이 환경 분야의 주요 난제 두 가지를 포럼으로 체계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 함께 배석한 고윤화, 이찬희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과 헌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제 과총 회장으로서의 임기도 3개월 여 남았다. 취임식 때 꿈도 과총 꿈만 꾸겠다는 말을 했는데 후회없이 모든 에너지를 과총 일에 쏟았다. 그래서 특별히 아쉬운 점은 없다.

이번에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책소개 부탁드린다. 아울러 현재 삼성의 5G 사업이 전 세계 장비시장 구도를 바꾸고 있는데, 한국의 5G 이동통신 기술의 전망은 어떤지 설명해 달라.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읽다』집필은 과총 회장으로 일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포럼을 수없이 진행하며 써둔 글도 쌓였고, 이전에 쓴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의 전작이 있어 가능했다. 과총 업무를 병행하며 9개월 간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며 공부하면서 집필에 매진했다. 과총 임기 동안 각종 포럼과 세미나 전문가 회의를 300여회 넘게 진행했고, 전쟁과 경제에 대한 내용은 논문이나 서적보다는 대중을 위한 다큐멘터리 자료를 근거로 공부하면서 썼다.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시작된 대전환기를 맞으며, 앞의 1, 2, 3차 산업혁명이 다른 부문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 살피다 보니 세계사를 들여다보는 작업이 되었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영국이 세계의 최강국으로 부상했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다. 1, 2차 산업혁명의 사각지대에 있던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기에 ICT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산업혁명은 차수가 높아질수록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의 수가 많아지고 그것들 사이의 융합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진행되는 변혁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고, 광역이고 파괴적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그 기회를 잘 이용하는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에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서, 국가 간에 그리고 한 국가의 계층 간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더욱이 포용적 성장이 그 어느 혁명보다 중요하다. 과학기술계도 산업혁명의 산물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문화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조화로운 발전이 되도록 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고 생각해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거창하게 됐는데, 실은 산업혁명으로 모두 잘 살 수 있는 물질적 성장이 가능해졌는데, 어째서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2차 산업혁명의 절정기에서 경제 대공황이 닥치고, 또 제2차 세계대전이 터졌는지, 3차 산업혁명에 의한 글로벌 디지털화로 세계화가 이루어진 가운데 어째서 금융위기가 곳곳에 닥쳤는지, 그 답을 찾고 싶었다. 그것이 책의 저술 동기다.

5G는 한국이 세계 최초로 올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현재 5G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420만 명이다(11.18 기준). 내년에는 더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예고돼 있다. 이는 전자·통신업계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분야 등에서 5G 기술이 크게 활용되리라는 전망과 맞물린다. 국내 ICT와 5G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 역시 높다. 그렇다면 결국 상용화 보급이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 글로벌 데이터가 발표한 ‘5G 마켓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까지 전 세계 가입자가 약 15억 명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 빅마켓에 수많은 글로벌 IT기업이 뛰어들고 있다.

올해 국내 5G 상용화 과정에서는 네트워크 품질의 저하, 기지국 부족 등의 단점이 지적됐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는 있다지만, 처음부터 인프라가 부족했던 만큼 관련 생태계 혁신에 시간이 걸리리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이 5G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려면 신속하게 그 기본 토양을 조성해야 하는데, 바로 관련 법과 규제가 관건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산학연관의 밀접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고, 기존 시스템과 거기 관련된 사람들과의 충돌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 이슈를 다루면서 대처방안을 공론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체감하기로는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 이는 정책의 문제인지 아니면 기술력 문제인가? 또는 경제적인 문제인가?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이슈는 (과학기술계와 일반국민 대상 7800여명 답변) ‘2018년 10대 과학기술 뉴스’의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모든 경제 주체의 참여로 과학기술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했고, 매회 포럼에 300명 정도가 참여해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 사태는 기술적·경제적·정치적으로 복합적인 변수들이 얽힌 총체적인 원인의 결과다. 미세먼지 현상은 하나의 원인으로 규정지을 수 없고, 한 두가지 규제나 제도만으로 개선되기도 어렵다. ‘미세먼지 국민포럼’의 시작부터 이 부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다.

포럼은 국민을 포함한 관련 이해관계자,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현안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미세먼지 현상의 실태와 심각성, 대응 방안을 여러 각도에서 논의하면서 사전 여론조사도 실시했고, 지난 6월 제3회 포럼에서는 미세먼지 저감의 구채적인 대책으로 노후 자동차와 차량 운행, 교통수요의 영향, 수송용 에너지 가격과 세제 개편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체감된 변화가 별로 없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답변이 쉽지 않지만, 국민적으로 미세먼지를 대응하는 수준이 성숙해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했고, ‘미세먼지 특별법’을 시행하여 국무총리를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와 대통령 직속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했다. 단기적 조치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세먼지 사태를 단기간에 해결하고자 하는 기대가 과도해지면 전시행정이나 대증요법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근본적인 중장기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어야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환경부 재임 시절, 2002 월드컵 개최를 기회 삼아 다부처 사업인 CNG 버스 도입과 수도권대기환경특별법 TF를 근간으로 ‘푸른하늘21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여러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추진한 CNG버스는 이후 2012년까지 대기오염 개선에 일등공신이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 정책은 포화 상태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책을 내놓기에 앞서 기존 정책의 시행과 성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로써 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는 신뢰를 주고 시민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시민의 참여 없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국민모두가 각자 할 수 있는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 실천적으로 동참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플라스틱 이슈는 글로벌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문제다. 플라스틱은 뛰어난 물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1950년대부터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여 철, 목재, 면화, 종이 등 천연원료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산업과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가볍고 쉽게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산, 하천, 바다 등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소각과 매립 시에도 많은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과 태평양 등의 플라스틱 섬이 국제적으로 큰 조명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플라스틱의 문제는 워낙 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정책적 접근과 함께 과학기술적 해법이 중요하다. 또한 경제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재활용하는 각 경제주체들이 정부와 함께 노력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과총은 12월에 두 포럼을 마무리하고, 그 동안의 결과를 종합하는 자리를 갖는다.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각 경제주체들의 실천계획(action plan)을 채택하여 공유하고,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국민포럼은 논의된 내용을 Q&A로 엮어 리플렛, 소책자 형태로 묶어 배포할 계획을 갖고 있어 그간 이슈페이퍼를 통해 남긴 기록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플라스틱 이슈포럼은 발생량 감소, 재활용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정부 건의사항을 정리한다. 예컨대 플라스틱 제품의 재질과 구조의 개선, 철저한 분리 배출, 미세플라스틱 조사 강화, 플라스틱 대체물질 개발 투자 확대, 물질재활용 목표율 설정과 대책 강화, 회수·선별 및 재활용 기술개발 노력 확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 및 사용 줄이기, 온라인 쇼핑 등에 따른 포장폐기물 대책 수립 등의 자세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다.

환경부 재임시절 부터 강조하고 있는 것은 환경문제는 ‘참여’가 관건이라는 점이다. 우리 스스로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임을 공감하고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 질문으로 돌아가 이는 정책, 기술력, 경제적과 모두 연결돼 있다. 이 모든 경제주체가 협력하고 참여할 때 문제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 믿는다.

과총이 추진하는 일 중 의외로 환경과 생태, 기후변화 문제 등 환경관련 이슈가 많아 새삼 놀랍다, 문제는 홍보가 이뤄지지 않아 업적과 성과가 묻히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과총의 이 같은 노력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려는 방안은 있는지?

=과학기술은 분야마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과총도 과학기술의 대중화의 과제를 안고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올해 미세먼지, 플라스틱 포럼은 유튜브로 생중계를 했고,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아 시청자와 패널의 소통을 시도했다. 이처럼 국민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끌어내는 일은 그리 쉽지가 않다.

고전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과총 회장으로 일하면서 매월 100여명에 이르는 이사진에게 과총의 한 달 업무와 현안을 알리는 서신을 직접 작성해서 보내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에서도 과학기술은 지면을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대중적인 관심이 적고 전문성 때문에 멀리 느끼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직접 선택하는 세상이다. 플랫폼 환경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처럼 TV나 라디오와 같은 좁고 일방적인 채널을 통해 홍보물을 접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결국 콘텐츠가 중요한데, 실제로 수많은 포럼을 하며 같은 방식으로 홍보를 해도 과학기술의 성격상 언론 보도와 포럼 관심에서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다. 과학기술의 콘텐츠를 대중이 접근하기 쉽도록 가공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과총은 과학과 환경의 가교역할을 한다. 환경정책은 과학을 기반으로 해야 환경산업이 부흥하고 국내외로부터 신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총이 환경부를 비롯해 산하기관과 어떤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그동안 과총은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단체와의 소통과 협업을 진행해왔다. 환경부에서 맺은 인연이 과총에서 큰 힘이 돼주었다. 이곳에 참석해주신 남궁은 환경한림원 회장, 고윤화 미세먼지 국민포럼 위원장, 이찬희 플라스틱 이슈포럼 위원장 세분 모두 환경부에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분들이다.

과총이 이들 난제를 다루는 것은 전문가들의 도움과 헌신적 참여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과총의 미세먼지 국민포럼과 플라스틱 이슈포럼이 출범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와 함께 더 많은 협업을 했다. 또 국무총리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국무총리실 국민안전안심위원회, 환경한림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을 비롯한 각종 연구기관, 시민단체와 함께 각 포럼을 진행할 때마다 전문가를 구성해 중지를 모으고 있다. 과학기술과 환경은 밀접하게 연관된다. 과총이 그 중심에서 균형적인 역할을 해내고자 한다.

 
과학계의 난제이기도 한데, 여전히 물먹는 하마처럼 R&D사업이 제대로 안되거나 세금만 축내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의 제안이 있다면?

=과총이 2017년 5월 과학기술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최우선 과제로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자율과 책임이 강화된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 정책(49%)’이 최우선으로 꼽혔다. 2019년 1월에는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국가연구개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총 응답자의 50%가 연구개발 성과가 높다고 응답했다. 연구계 54%가 연구개발 성과가 크다고 답한 반면, 일반 시민 38%가 연구개발 성과가 크다고 답해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국가연구개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한 원인’의 응답은 ‘단기적, 경제 기여도 중심의 정량적 성과평가제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22%). 국가연구개발 예산 20조원 시대에 투자 대비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긴 호흡의 장기적 연구를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연구개발 주체인 현장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국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R&D 비중이 2019년 기준 4.6%로 세계 최상위 수준이고, 과제 성공률도 98%로 매우 높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률은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저해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융합혁신은 최고의 방법이고, 융합의 최고의 수단은 협력이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혁신 모델은 이른바 ‘5중 나선 모델’이다. 산학연관과 시민사회가 과학기술 활동의 기획부터 개발 보급까지 연계하는 융합적인 협력이 절실하다. 정부의 역할은 기업하기 좋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테스트베드를 제공하여 다중나선 혁신모델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본다. 기초과학부터 R&D 전주기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

 남북과학기술협력에서 주목할만한 사업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성과와 함께 향후 계획을 설명해 달라?

=과총은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 과학기술 교류를 간헐적으로 지속해 왔다. 1990년 4월에 결성된 ‘남북민간과학기술교류추진협의회’는 민족 공동의 발전을 위한 교류 사업을 목표로 1991년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 ‘남북과학기술조사연구’ 등을 추진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평양에서 민간기관 최초로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후 한반도 정세 악화로 과학기술 교류가 단절되는 휴지기를 거쳤지만, 과거의 노력을 밑거름으로 남북 과학기술 전문가 그룹의 교류를 되살리려는 노력은 계속 되고 있다.

과총 회장 취임 직후 재정비한 과총 과학기술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전문가회의와 포럼을 열었고, 남북 과학기술 교류 협력의 중지를 모으고 있다. 작년 4월과 11월에는 ‘한반도 과학기술·ICT 포럼’과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같은 해 뉴욕에서 열린 한·미 학술대회(UKC-2018)에서도 특별 세션으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와 남북 과학기술 교류 협력에 대한 ‘과학외교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7일에도 남북과학기술 교류협력포럼을 개최했다. 과학기술을 통한 한반도 에너지, 환경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 의제 발굴을 위한 자리였다.

남북 과학기술협력은 향후 한반도의 미래를 좌우할 만한 주요 외교 분야이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는 그간 북한의 수요가 분명하기 때문에 민간차원의 협력 가능성이 희망적이다. 국토의 85%가 산악지대인 북한은 토양유실과 홍수, 가뭄 등을 최근 반복적으로 겪어 식량안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전력 또한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어 발전량이 한국의 1/24 수준에 불과하고, 기후변화 문제도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은 정치적 이념을 초월해 민간차원에서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협력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자원 고갈,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한반도의 공동대응이 중요하다. 과총은 앞으로도 이런 논의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 과학기술 교류의 끈을 연결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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