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탐방① - 환경문화시민연대

플로깅(plogging)은 일명 ‘줍깅’으로 불리는 운동법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운동법인데 ‘이삭을 줍는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ocka upp)’과 ‘뛰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이 합쳐진 말이다.

최근 환경과 그 실천운동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것으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자는 말이다.

이 운동법은 간단하다.

평소대로 조깅을 하다가 쓰레기를 발견하면 몸을 숙여 미리 준비한 봉지 안에 쓰레기를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조깅을 하다 잠시 앉았다가 일어나는 신체 움직임이 헬스의 스쿼트(Squat)나 런지(Lunge)자세와 비슷해 확실한 운동효과가 있다는 평이다.

줍는 방법이나 공간은 물론 별다른 규칙도 없다는 게 이 운동의 매력인데, 달리면 쓰레기가 줄어드니, 달리면서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수소차’와 견줄만 하달까?

플로깅은 환경실천운동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유행처럼 번져 지난 2018년엔 우리나라 한강에서 ‘플로깅 운동회’가 개최될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가 돼버렸다.

환경을 지키자는 캠페인성 메시지만으로 한계가 있어 생긴 현상이고 어떤 면에선 또 다른 형태의 ‘어젠다’일지 모르지만 최근 플로깅의 부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 환경문화시민연대 회원들이 겨울철을 맞아 취약계층에 연탄을 지원하고 있다.
환경문화시민연대.

“미래 후손에게 복된 삶을 물려주자”라는 모토와 함께 지난 1992년 설립된 환경부 등록 환경단체다.

올해로 만 27년이나 됐으니 그 역사와 전통이 유구하고, 전국에 무려 15개의 지역협의회가 있음에도, 솔직히 좀 낯설다.

환경문화시민연대는 설립자이자 2015년 작고하기 직전까지 회장 및 상임대표를 역임한 고(故) 용수택 회장을 빼놓고 얘기를 할 수 없다.

▲ 고 용수택 회장.
용 회장은 동요 ‘둥근해가 떴습니다’를 작사·작곡한 사람으로 유명한데, 지난 1992년 문화·예술인들과 연예인들을 모아 환경문화시민연대의 모태가 된 ‘연예인환경협회’를 설립하며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환경문화시민연대의 홈페이지가 green-star.or로 돼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연예인환경협회는 중간에 환경보호연예인협회(1994년)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줄곧 국토청결운동캠페인, 환경동요음반제작 전국무료 배포, 환경콘서트, 환경 세미나, 환경보호 100만인 서명대회 개최 등을 진행해 왔다.

그러다 2003년 지금의 ‘환경문화시민연대’로 다시 명칭을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물론 지금도 연예인환경협회 때의 활동에 더해 각종 자연보전활동과 범국민 기초질서 지키기, 재해재난지역 자원봉사, 노숙자 무료급식, 독거노인 돕기 등의 환경문화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엔 환경문화시민연대 구미협의회가 10년 가까이 운영해온 구미지역 학생명예환경기자단들과 함께 낙동강의 수질을 측정, 국회에서 보고회도 성대하게 열었다.

환경문화시민연대의 이 같은 활발한 활동은 당연히 구성원들의 열정과 의지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지만 사실 앞서 말한 고 용수택 회장의 ‘발자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경에 독특한 신념과 시각을 가지고 있던 용 회장은 환경문화시민연대의 초기 캠페인·행사 대부분을 기획·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샘솟듯 창의적인 아이디를 바탕으로 기발한 행사를 개발해 여봐란듯이 치러냈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식물을 테마로 환경동요음반을 만들어 전국에 무료로 배포한 일이나 2001년 ‘물의 날’을 맞아 현장인 남양주 왕숙천에서 기념행사와 정화운동을 펼친 일, 2004년에 1회용품 줄이기 10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한 건 그의 선구자적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환경문화시민연대 용수택 회장(왼쪽에서 5번째)을 비롯한 내외빈이 2009년 6월 서울 남산에서 꿩 100마리를 방사하고 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행사를 기획해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 2009년 꿩 100마리를 자비로 구입해 서울 남산에서 내외 귀빈들과 함께 방사한 행사는 그 자체만으로 장관이었고 무엇보다 그의 창의력과 추진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용 회장은 2004년 환경문화시민연대의 재정문제와 운영상의 일부 난맥상을 이유로 몇몇 회원들이 용퇴를 요구, 잠시 힘들었던 시기를 제외하곤 갑작스럽게 지병이 번져 2015년 4월 별세하기 직전까지 환경문화시민연대를 이끌며 환경운동을 이어갔다.

용 회장은 평소 우리 사회의 약자와 부조리에 천착해 사회문화활동을 벌이고, 우리의 산하가 더 이상 더럽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그 일환으로 멸종되어가는 동식물을 살려내는데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환경문화시민연대 구성원들은 그가 생전에 못다한 말과 행사는 국내외 환경단체 중 보기 드물게 보유하고 있는 단체가(歌) 겸 캠페인송 ‘내일이면 늦으리(용수택 작사·곡)’에 남아 면면히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 환경문화시민연대 회원들이 서울 신촌로 빗물받이 안의 담배꽁초를 수거하고 있다.
환경문화시민연대는 이후 제2대 김영대 회장을 거쳐 올해 4월 제3대 윤병호 회장이 취임해 조직을 이끌고 있다.

환경문화시민연대는 최근 하수관거 청소를 통한 비점오염원 제거, 하천 수질 측정과 생태 실상을 살피는 일, 그리고 거리의 빗물받이 속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일 등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도 거창한 구호나 이슈를 좇지 않고 그저 잘할 수 있고, 솔선수범할 수 있는 환경보호실천·계몽·홍보, 감시·고발 운동 등을 쉼 없이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지방협의회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과 미래세대를 위한 환경교육은 최근 몇 년째 사업계획 맨 첫머리에 자리잡는 핵심과제다.

환경문화시민연대 박태순 사무국장은 “본부는 물론 15개 지역들이 매년 개성에 맞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모두 환경전문가들이거나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연 모든 회원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희생을 감내하면서 환경보호운동을 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힘이 돼주고 있다”고 말했다.

▲ 환경문화시민연대 박태순 사무국장.
박 국장은 “앞으로도 우리 환경문화시민연대는 3대 윤병호 회장님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니라 하나하나 생활 속 실천이 필요한 일들을 시민들과 같이 추진하고, 또 함께하자고 계속해서 권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문화시민연대가 이른바 메이저 환경운동단체보다 앞서 설립됐고, 각종 활동도 활발히 전개했지만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존재감이 미약해 보이는 이유는 구호와 메시지를 앞세운 데모같은 종류의 환경운동을 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초대 용수택 회장의 굳은 의지 때문으로, 본인은 환경을 헤치는 기업과 싸우고 정책이 미진한 정부에 목소리를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환경문화시민연대 만큼은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초심을 잃지 말고 묵묵히 하던 일을 해나기를 바랐던 탓이다.

한 때 환경운동은 산업화에 따른 오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문제, 반핵운동, 교토의정서와 신기후체제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활동을 집중했다.

이에 따라 진정한 환경담론을 형성하는데 실패하고 일반 시민들과 멀어지는 길을 걷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운동가와 활동가들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환경운동은 ‘사회개발의 걸림돌’이라는 의식만 강화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좌)과 구미시협의회 명예학생기자단 낙동강 수질 보고대회(우).
앞서 말한 플로깅은 힘을 뺐지만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손쉬운 환경실천운동이라는 점에서 지속가능해 보인다.

굵직한 현안 대응으로 일반 시민들과 결합할 수 있는 의제와 담론 개발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환경운동단체들이 현재 집중하는 화두가 바로 ‘현장’과 ‘대중’이라는 점에서 플로깅은 두 개 모두를 잡는데 성공했다.

환경문화시민연대는 28년이란 긴 세월동안 개성적인 활동 영역과 운동 방식을 지향해왔다.

그리고 그들 활동의 중심은 언제나 ‘현장’이었고, 그 현장엔 어김없이 ‘대중’이라는 이름의 ‘영웅’들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문화시민연대가 그동안 걸어온 길은 옳았고,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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