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軍시설을 가리기 위해 설치·운영되고 있는 ‘군사시설 가림간판’이 ‘운용의 묘’를 찾지 못하고 애물단지화 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사시설 가림간판은 방호벽, 고가낙석, 방공포진지, 검문소, 경계초소 등 군사시설 중 자연적인 차폐가 불가능 해 외부로부터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는 시설임을 알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은폐하기 위해 설치하는 옥외간판을 말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 준비 과정에서 도입이 결정돼 주로 자치단체 홍보 등 공익목적과 상업광고 용도로 사용됐다.

군사시설 가림간판은 경기도 파주시, 고양시 등에 집중 설치돼 있으며, 강원도 철원군 등 접경지역 일부 시도에도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군사시설 가림간판이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가 제대로 안돼 미관·안전상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주시 관할 자유로 주변에는 가로 4~5m, 세로 2m정도의 대형 가림간판이 다수 설치돼 있지만 이 중 대다수가 군사 시설의 주요 부분이 아닌 엉뚱한 곳을 가리고 있다.

▲ 자유로의 군사시설 가림간판.
지주를 높이 세워 가림간판을 설치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을 가리고 있을 뿐 오히려 지주 아래 주요 군사시설을 훤히 노출시키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주시와 고양시 일대 군사시설 가림간판 29개 중 24개가 수십년간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상업광고 용도로 전용된 것이 드러나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5년 7월 군사시설 가림간판 운영을 수의계약으로 할 수 있다는 국방부의 훈령을 폐지하고, 공익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개정을 권고했다.

이 같은 권익위 권고 이후 국방부는 2015년 12월 군사시설 가림간판의 상업광고를 배제하고 공익광고만 운영하도록 지침을 시행했지만 일부 지자체가 이를 비웃듯 버젓이 상업광고를 게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사시설 가림간판에 상업광고를 허가한 지자체 담당공무원은 권익위에서의 권고 조치는 말 그대로 권고사항일 뿐 현행 ‘옥외광고법’이 정하는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옥외광고물 관리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군사시설 가림간판 등의 표시방법은 심의위원회를 거치돼 시도지사가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자체가 마음만 먹으면 국방부의 지침을 무시하고 얼마든지 상업광고용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 문산방향 자유로변 군사시설 가림간판이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 설치된 군사시설 가림간판은 폐허를 방불케 할 만큼 낡고 퇴색한 모습으로 수년째 방치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유로변의 어떤 군사시설 가림간판은 지난 가을 태풍으로 쓰러졌지만 수거나 수리 등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몇 달째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군사시설 가림간판은 앞으로도 필요성이 인정되는 엄연한 군사시설로 설치와 철거 등은 전적으로 국방부 지침과 훈령에 따른다”며 “상업광고 전용 문제는 지난 2016년 1월 1일부로 상업광고를 제외한 공익광고만 하도록 국방부 지침이 내려진만큼 이는 무조건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국방개혁2.0’에 따라 지역이미지를 훼손하거나 경관을 헤치는 군사시설은 작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철거하거나 정비를 한다는 것이 군의 방침”이라며 “군사시설 가림간판의 시설물과 광고물 관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지자체 또는 한국옥외광고센터에 그 권한을 위양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시설 가림간판이 앞으로 유효한 군사시설로서 목적을 달성하고, 일체의 잡음 없는 공익목적용 옥외간판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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