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북극점에서 1338km 떨어진 북극해의 한 얼음 산에 위치한 ‘스발바르 국제종자보관소(SGSB)는 거대한 빙산을 파고 들어가서 지어졌다.
 
이곳은 세계 주요 식량 종자를 보관한 식물계의 ‘방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자 은행인 이 보관소는 인류가 전쟁·전염병 등으로 지구 환경을 망가뜨린 끝에 곡식이 자취를 감출지 모를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기 위해 세워졌다.

 
저장고는 해발 130m 지점에서 수평으로 146m 길이를 파고 들어가서 지어졌다. 핵폭발과 소행성 충돌조차 막아내는 이 무적의 보관소는 예상치 못한 재난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

그 공격은 바로 ‘온난화’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4~5도 상승해 북극의 눈이 녹아내려 창고로 물이 들어간 것이다.

극지방의 눈이 녹으면 생기는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시작한 인류 재앙의 현장 - 빙하의 반격』의 저자에 의하면 온난화가 가져오는 피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극지방의 영구동토층 안에 잠들어 있던 메탄가스, 탄저균, 치명적인 바이러스 등이 지상에 풀려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영구동토는 극지방의 땅을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영구동토가 녹는다는 건 산사태 등의 피해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 책은 우리 세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다.

저자에 따르면 바다얼음은 줄어들고, 산악빙하와 겨울마다 육지의 땅 대부분을 덮던 눈이 덮인 지역도 감소하고 있다.

심지어 그린란드와 북극의 내륙빙상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현지에서도 화제가 된 이 책은 북쪽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어쩌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했을지 모르는 현생 생명체에 대한 기록이다.

걷잡을 수 없는 빙하권 변화가 직접적인 주제이지만 그 파급력은 우리 일상과 맞닿아 있다.

단순히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좀 녹을 것이란 수준이 아니다.

더욱 잦아진 이상기후 현상에 인류 생존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구동토 밑에 숨어있는 탄저균 등 치명적인 세균들도 녹아버린 빙하 층 사이로 고개 내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저자 비에른 로아르 바스네스는 무거운 주제를 유머러스하고 이해하기 쉬운 필치로 녹여 '노르웨이의 빌 브라이슨'으로 불린다. 그만큼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친숙한 연구자이자 저널리스트이다.

NRK TV의 슈뢰딩거의 고양이(SCHRODINGER’S CAT)에 출연했으며, 클라스캄픈(KLASSEKAMPEN) 등에 여러 과학칼럼을 쓰며 다수의 언론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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