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샘터 펴냄

20대 중반『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라는 강렬한 제목의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한 야마자키 나오코라.

솔직하고 대담한 문체로 젊은 층에 큰 인기를 얻었다.

아쿠타가와상 등 일본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내리며 문단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지만, 정작 그녀는 작가로서 항상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인해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30대에 접어들어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 유산 경험 등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한동안 작가로서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햇볕이 아깝잖아요』는 힘들었던 시간을 좁은 베란다에서 화분 하나로 시작한 작은 정원(나오 가든)과 농장(나오 팜)을 가꾸며 치유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식물을 기르며 그녀의 마음도 한 뼘씩 성장했다. 조급하고 초조한 일상에 서늘한 바람을 쐬고, 그늘진 마음에 따뜻한 볕을 쬐었다.

베란다 정원에서 드래곤프루트, 나팔꽃, 장미 등 다양한 식물을 기르며 갖가지 감정들을 통과한다.

생명 하나가 자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설렘과 책임감, 하나의 식물에 주어진 공간처럼 누구에게나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장소’에 대해, 어느 날 태풍이 들이닥쳐 자신의 삶을 쓸어 가도 그 무력감 앞에 절망하지 않는 의연함, 혹은 태평함….
 
솔직하고 대담한 그녀의 소설만큼이나 나오코라 작가의 신선한 통찰력이 곳곳에서 빛난다.

또한 식물의 성장과 함께 자연의 흐름과 섭리에 맞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작가로서 느끼는 사명감 등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으며 자신의 성장을 기록해나간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그동안 작가로서 삶의 굴레가 되었던 ‘남들과 달라야 한다’, ‘특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연의 일부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자리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진하고도 담백한 필체로 그려낸다.

“무언가를 길러본 사람들은 안다. 식물이 가진 본래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인생 밭’도 자생의 힘을 믿어야 하는 것처럼.”(155쪽)
 
한편 저자 야마자키 나오코라는 1978년 일본 후쿠오카 출생으로, 고쿠가쿠인 대학 문학부 일본문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의 흔한 여자 이름인 나오코와 콜라의 합성어 ‘나오코라Nao-cola’라는 특이한 필명을 쓴다.

기념품 가게에서 사 온 시들시들한 드래곤프루트와의 인연으로 식물을 가꾸기 시작했다. 사람을 사귀는 데 서툴러 정원을 가꾼다.

회사원으로 일하면서 쓴 소설 『타인의 섹스를 비웃지 마라』로 2004년 문예상을 수상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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