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W. 테일러 지음, 리수 펴냄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신음하는 가운데,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감염병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북극의 거대한 얼음이 녹아 북극곰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태평양 연안의 섬들이 불어난 바닷물에 잠겨 그곳의 원주민들이 환경 난민이 되어 바다를 떠도는 것을 보면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던 환경오염이 감염병으로 인해 인간이 멈추니 비로소 개선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환경에 끼치는 인간의 막중한 영향력을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2019년 UN 보고서는 지구 생물 중 50만~100만 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야생 포유류 82% 가량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지구 생명의 위기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유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은 과연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혹자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다른 생명체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또 혹자는 환경 파괴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되돌아오므로 미래 세대의 안녕과 생존을 위해 자연 존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연에 대한 존중』은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야생의 생물 군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도덕 원칙 체계를 확립한 최초의 책으로, 지금까지 인간의 유용성에 매몰됐던 자연에 대한 시각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이끌며, 현재 인류에게 맞닥뜨린 가장 시급한 숙제인 환경 문제에 대한 원숙한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생명 중심 윤리학을 가장 완전하게 발전시키고 철학적으로 세련되게 정당화해준 책이라는 평가 속에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철학자, 생물 학자 및 환경 학자 모두에게 귀중한 자료가 돼 왔다.

뉴욕대학교 교수 데일 제이미슨은 이 책의 25주년 기념판 서문을 통해 “1986년 폴 테일러의 『자연에 대한 존중』 출판은 지적 해방감을 주는 사건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생명 중심 윤리학의 대가인 폴 테일러는 인간 우월주의와 인간 중심 환경 윤리의 틀을 넘어 보다 포괄적이며 본질적인 지점으로 우리를 이끈다.

생명의 범주는 과연 어디까지인지, 생명에 대한 태도는 어떠해야 하며, 또 무엇에 근거해야 하는지,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이익이 대립될 때에는 어떠한 원칙에 따라 해결되어야 합리적인지, 왜 우리는 인간 우월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등을 통해 보다 윤리적이면서 체계적인 논리로 우리를 설득한다.

우리는 ‘인간에게는 다른 생명체에게 없는 특정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인간을 우월한 존재로 구분하는 데에 익숙하다.

이에 테일러는 그 능력이 우리가 그들보다 우월한 표시로 간주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한다.

덧붙여 다른 생명체에게는 인간에게 없는 저마다의 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새들의 비행, 치타의 속도, 식물의 광합성 능력 등등….

왜 이런 능력보다 인간의 능력이 우월하다는 표시로 간주되어야 하는가? 라고 되묻는다.

철저히 인간의 관점, 즉 인간의 선을 판단의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인간이 우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테일러는 주장한다.

인류는 ‘자연 존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티핑포인트에 서 있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