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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 사냥』토르 에벤 스바네스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
전희정 기자  |  et2@ecotig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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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09  15: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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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봄은 물범 사냥 시즌이다.

빙하로 뒤덮인 북극해로 향하는 물범 잡이 배에 젊은 수의사 마리가 감독관으로 승선한다.

젊은 여성이라고는 그녀뿐이다.

마리는 낯선 남자들과 폐쇄된 공간에서 6주를 보내야 한다.

   
 
『물법 사냥』은 낯선 북극해에서의 물범 사냥이라는 배경을 통해 동물학대와 물범사냥, 여성문제와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권력 관계와 연대 심리 등에 대해 다룬다.

수의사이자 저자인 마리는 해수부 소속 감독관으로 난생 처음 물범 사냥 어선에 올랐다.

친구들이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 마리는 누군가는 동물을 보살피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승선 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옷이 사라지고, 등이 꺼지고,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무전기는 고장 난다. 그녀가 머무는 객실 앞에는 밤마다 누군가 지키고 있는 것 같다. 폐쇄된 공간, 고립된 곳, 선명해지는 공포감.

감독관의 임무를 다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냥 첫날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는 매 순간 일어난다. 동물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냥 방법은 태연하게 행해진다. 잘못을 지적하고 맞설수록 선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는 멀어진다. 점점 더 엉켜가는 상황.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마리가 그들만의 배에 승선했기 때문인 걸까?

독자는 과연 마리의 편에 설까, 아닐까?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여성과 동물을 대비시키며 약자로 산다는 것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북극해에서 벌어지는 물범 사냥의 잔혹한 현실과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현실은 다른 게 있을까.

갓 태어난 새끼 물범의 모피와 고기, 기름을 얻기 위한 인간의 탐욕과 공고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느끼는 공포감이 강렬하게 대비된다.
 
이야기는 심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공포는 극대화된다. 그들만의 영역에 뛰어든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심리 전쟁이 팽팽하고 치열하게 그려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평등할까?
 

저자는 험악하고 거친 세상의 파도 앞에 약자인 여성과 물범의 반응을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세상이 평등하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현실 세계를 펼쳐 보인다.

강고한 남자들의 연대에 뛰어든 마리와 잔인한 인간의 연대에 스러지는 물범을 통해 과연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은 평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묻는다.

한편 저자 토르 에벤 스바네스는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철학 학위를 받고, 홀로코스트와 종교적 소수에 대한 연구소에서 일한 인문학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의 폭넓은 역사를 다룬 소설 『또 다른 아들DEN ANDRE SØNNEN』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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