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엇 러셀 지음, 상추쌈 펴냄

『잘 가, 석유 시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이 솟구치고 또 변화하면서도, 유연하게 그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걸음을 쉼 없이 이어 간다.

‘의식의 흐름’ 수법에 가까운 호흡으로 독자를 매혹시키는 실험적인 그림책이다.

 
딱딱하고 묵직한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경쾌하게 풀어내는 힘이 돋보인다. 독특한 관점과 색다른 접근, 간명한 통찰에 이은 기발한 상상이 빛나는 놀라운 작품이다.

이 책에는 단 한 쪽도 백면이 없다. 그림책이라면 앞뒤로 두 장씩 넣는 그 흔한 면지도 없다. 에너지 문제를 다루는 책이니만큼, 표지 뒷면을 포함해 모든 페이지를 꽉 채워 썼다.

책이 오랫동안 탄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실로 묶기는 했지만 표지에 두꺼운 합지를 쓰지는 않았다. 책날개도 없다.

이 책은 그 자체로 에너지 위기를 마주한 출판 인쇄물의 고민이 담긴 최선의 실천이기도 한 셈이다. 그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고 아름다운 디자인이 오랫동안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은, 내내 깔깔거리며 숨은 그림을 찾고, 이따금 등장하는 엉뚱한 질문에 답하고, 바람개비를 접고, 어쩌면 내가 살게 될지도 모르는 집 창문에 걸 맘에 드는 그림을 고르고, 미로 찾기도 하면서, 어느새 ‘석유 시대를 떠나보내면 우리는 또 어떤 에너지들을 만나게 될까?’ 하는 질문과 깊이 만나게 된다.

『잘 가, 석유 시대』가 나오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소비자협동조합을 알자’는 이탈리아의 모든 학교 학생들에게 건강한 소비자 인식을 드높이는 교육 프로젝트다.

미래의 소비자들에게 환경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소비자협동조합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한 구상을 단순하고 분명하게 제시하고자 포스터를 제작하는데.

저자 해리엇 러셀이 그린 COOP 포스터는 2014년 영국 일러스트레이션 협회가 주최하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시상식 ‘리서치’ 부문(흔히 ‘정보 그림’이라고 할 만한 그림들이 그 대상입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다.

지속 가능한 삶으로 우리를 이끌 중요한 실마리들과, 환경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방안들이 잘 드러난 점을 높이 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잘 가, 석유 시대 l』에서 해리엇 러셀은 좀 더 정돈된 장면으로 이 멋진 발상을 재구성한다.

한편 저자 해리엇 러셀은 런던의 글래스고 미술대학과 센트럴 세인트마틴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뒤, 2001년부터 코레이니, 페이돈, 펭귄북스, 랜덤 하우스, 하퍼 콜린스, 가디언과 같은 세계적인 출판사들과 함께 일해 왔다.

그는 어린이들의 관점과 눈높이를 누구보다 잘 반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작가로서, 기발한 유머,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마주 놓는 분방한 전개, 손으로 쓴 글씨나 단어, 재미있는 말장난을 즐겨 활용하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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