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트 슈미트 지음, 두번째테제 펴냄

출간된 후 40여 년이 지나 한국어로 처음 번역 소개되는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 철학 교수였던 알프레트 슈미트(1931-2012)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2016년에 나온 가장 최신판인 독일어 5판을 대본으로 했으며, 국내에 오랜 기간 ‘새로운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EGA 연구를 소개해 온 김경수 박사가 번역했다.

알프레트 슈미트는 프랑크푸르트 학파 2세대로 잘 알려져 있는 철학자로, 오랜 기간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이번에 출간된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한 흐름을 대표하는 저작으로, 출간을 통해 독자들에게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중요한 한 조류에 대한 소개도 함께 이루어지게 됐다.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부에 제출된 알프레트 슈미트의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다.

논문 지도교수인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지도적 인물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테오도르 아도르노와의 치열한 논의 끝에 출간된 이 책은 자연 개념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여러 개념에 관한 기념비적 저작으로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고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 책 출간 전까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여기서 처음 철학적으로도 일관되게 정리됐으며, 이후 마르크스의 물질대사 논의와 관련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이 점차 우리에게 드러나기 전까지, 관련 주제에 대한 가장 정치한 해석으로 많은 학자들에게 인용됐다.

마르크스의 유물론이란 무엇인지,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에 대한 해명과 사실상 인간의 활동을 포괄하는 노동과 실천 개념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자연의 사회적 매개는 무엇인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 유토피아는 어떠한 것인지?

이러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한 이 책은 여러 논쟁을 불러오기도 했으며, 지금도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뿐 아니라 특히 인간과 자연의 매개, 실천이라는 개념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으며 출간 이후부터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헤겔 이후 포이어바흐를 거쳐 마르크스가 변증법과 유물론이라는 핵심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는지, 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어떻게 창출하는지 그 과정을 정밀한 문헌 독해와 치밀한 논리 전개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포이어바흐가 마르크스 사상 형성에 끼친 영향과 이후 엥겔스로 이어지는 자연 변증법 개념의 확장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언급하면서, 슈미트는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과 더불어 인간의 실천의 역할과 마르크스와 엥겔스 이후의 마르크스주의, 특별히 에른스트의 유토피아 개념까지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이 책은 이렇게 당대의 논쟁으로 독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당시 접근 가능했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모든 저작들에 대한 해석을 통해 마르크스 철학의 핵심까지 정리해 제시하는 슈미트의 논의을 살펴보면서 독자들도 이에 대해 자가 나름의 해석으로 그 타당성과 실용성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특히 마르크스주의에 흔히 제기되는 비판인 인간중심주의를 공고히 한 저작으로 비판받아 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역본에 수록한 1993년 신판 서문에서 슈미트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 적절한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되었을 당시의 정세는 소련의 관영철학으로 전락한 조야한 변증법적 유물론과 또한 인간주의로 채색된 마르크스 해석에 대한 비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였다.

그렇기에 이후 중요해진 환경과 자연에 대한 시각이 약간 덜 중요하게 서술되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후 학자들에게 비판의 토양을 제시해 주면서 마르크스와 자연에 관한 논의가 풍부해지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국역본에는 5판 후기로 실린 알프레트 슈미트의 연구조교였던 미카엘 에스케의 글도 수록하여 이 책의 좀 더 자세한 배경과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최근 환경 위기와 맞물려 그동안 이러한 위기를 계속해서 키워 왔으며 더욱 악화하는 역할을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비판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환경사상과 더불어 전통적으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그 근본부터 출발했던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는 그동안 소위 인간중심주의라는 혐의를 계속해서 받아 왔는데, 마르크스가 사실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물질대사 교란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했으며, 물질대사 교란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해 왔다는 사실이 여러 관련서들을 통해서 점차 국내 독자들에게도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마르크스가 바라본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실천이라는 부분과 변증법과 유물론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하게 정리하고픈 독자들에게 이 책은 적절한 참고 도서로써, 연구를 위한 출발점으로써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트 슈미트의 저작을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서양철학에서 유물론과 변증법의 위치, 역사적 실천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인간, 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자 알프레트 슈미트(ALFRED SCHMIDT, 1931-2012)는 독일의 철학자다. 1972년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요한 볼프강 괴테 대학의 철학 교수였다.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표적 학자로 특히 비판 이론, 마르크스주의, 쇼펜하우어 철학 등에서 여러 주요한 연구를 남겼다.

『마르크스의 자연 개념』은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지도 아래 프랑크푸르트 대학 철학부에 제출된 슈미트의 박사 학위 청구 논문으로 1962년 처음 출간됐으며, 2016년 5판이 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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