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치 도시,히키치 요시하루 지음, 목수책방 펴냄

이 책은 해롭고 성가신 존재로 취급받는 ‘잡초’를 생태계를 풍요롭고 건강하게 해 주는 중요한 동료로 바라게 해 주며, 잡초는 물론 정원 식물에 기대어 사는 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공존하며 건강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법에 관한 실용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정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흙과 생물이 맺는 유기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잡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잡(雜)’이라는 글자에는 ‘천하다’, ‘쓸데없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원 잡초와 사귀는 법』에 등장하는 잡초의 ‘잡’에는 ‘다양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히키치 부부가 말하는 ‘오가닉 가든’은 단순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곳이 아니다.

오가닉 가드너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정원에서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자연은 본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조화롭게 순환하기 때문에 오가닉 가드너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을 가져오지 않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오가닉 가드너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정원에서 함께 살아가는 벌레, 새, 나무, 풀 등을 잘 관찰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복합적으로 맺는 관계를 깨달으며 정원의 즐거움을 발견해야 한다.

벌레가 갉아먹는 잎, 뽑아도 뽑아도 자라는 ‘내가 원하지 않는’ 풀에 집착하면 정원 일은 순식간에 고역이 되는 법이다.

저자들은 자기 정원에 찾아오는 다양한 곤충에게 흥미가 생기면서 잡초에 눈길을 주게됐다고 말한다.

많은 곤충에게 꿀과 잎을 내어 주고, 안락한 보금자리와 쉼터가 되어 주는 잡초가 생물 다양성을 떠받쳐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잡초와 친해지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내 정원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 잡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균과 미생물, 잡초야말로 황폐한 대지를 치유하고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일등공신이다.

오가닉이라는 말은 잡초의 존재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 오가닉 가든은 정원의 원예종뿐만 아니라 잡초에게도 자리를 내주어 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생명의 정원’을 목표로 삼는다.

잡초는 다른 생물이나 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살아 있을 때에는 흙의 표면을 뒤덮어 자외선으로부터 토양미생물을 지켜 주고, 겨울이 되어 말라 죽으면 땅속 영양분이 되어 준다.

작은 생물들에게 은신처나 먹이를 제공해 주면서 생태계의 다양성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일조한다.

작고 여린 풀이지만 초록색 잎으로 광합성을 하면서 산소도 만들어 낸다.

흙이 있는 곳에 가장 먼저 생겨나는 것이 바로 잡초고, 흙은 자신에게 필요한 식물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잡초는 어떤 악조건도 견디면서 다른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 주고 일구어 주면서 초록 지구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존재다. 잡초는 온몸으로 그곳이 어떤 환경인지 묵묵히 가르쳐 주는 길잡이인 셈이다.

저자들은 오가닉 가드너로 일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잡초를 함께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 책을 쓰게 됐다.

독자들이 정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흙과 생물이 맺는 유기적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잡초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터득한 정원 잡초와 함께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물론 인간의 손길이 필요한 정원은 야생이 아니기 때문에 자라나는 풀들을 그냥 보고만 있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은 ‘정원 관리’라는 것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수행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준다. 잡초 본래의 모습과 특성, 잡초가 살아가는 장소 등을 이해하고 제초 방식이나 정원에서 살리는 방식을 고민한다면 잡초와 아름답게 공존할 수 있다.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잡초 각각의 특성과 생장방식을, 2장에서는 잡초가 자라지 않게 하는 법, 정원에 잡초를 활용하는 법, 풀 뽑는 법 등 저자들이 정원 일을 하며 익혀 온 오가닉 가든 관리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3장에서는 잡초 전반에 관한 근본적인 시각과 잡초가 생태계와 맺고 있는 관계를 다룬다. 특히 3장은 잡초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을 바꾸어 주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저자이자 개인정원 전문 정원사인 히키치 부부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정원, 안전한 소재를 사용해 자연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정원 가꾸기와 보수·유지 작업을 한다.

인공이 아닌 자연을 살린 정원, 장애인이나 고령자도 손쉽게 가꿀 수 있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정원, 자연을 이용한 순환형 정원 가꾸기를 실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