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지음, 북하우스 펴냄

빙하의 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온 절박한 전보, 더없이 개인적이면서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탐사, 기후변화에 대한 의미심장하고 강렬하며 아름다운 논픽션.

마침내 기후변화가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오고 말았다.

이 심각함은 적절히 표현할 언어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다. 어떤 말과 글로 다가가야 사람들이 마음을 움직여 행동에 나서게 될까?

2019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북동쪽 지역에서 빙하 장례식이 열렸다.

사망한 빙하는 700년 동안 화산을 뒤덮고 있던 오크 빙하다.
 

 

이 빙하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그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하기 위해 전 세계 기후 전문가들과 정치인들, 작가들이 모여 빙하 장례식을 치렀다.

동시대 아이슬란드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이 책 『시간과 물에 대하여』의 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은 이 장례식을 위해 추모비를 작성했다.

하지만 이렇게 기후가 바뀌고 지구 생태계가 변한다고 소리 높여 말해도, 많은 사람들은 ‘아, 그렇지’ 하며 흘려듣곤 한다.

무한히 큰 것, 우리의 삶에 근본적인 것이 결부된 거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반응을 잘 보이지 못한다. 우리가 인식하기 어려운 범주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과학적 자료가 눈앞에 있어도, 환경 단체에서 목소리를 높여도, 기후와 연결된 지구적인 말들은 우리에게 너무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기후가 바뀐다는 건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며, 과거 그 어떤 사건보다도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앞으로 100년 사이에 지구의 물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며, 비와 눈이 내리는 패턴도 심각하게 달라질 것이고, 해수면이 상승할 것이며, 바닷물이 5000만 년을 통틀어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산성화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바로 이러한 ‘이해 불능의 문제’와 ‘진정한 이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어떤 말과 글로 다가가야, 사람들이 마음과 몸을 움직여 행동에 나서게 될까?

고민 끝에 저자는 주제에 관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 그 주제를 강렬하게 절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쓰기로 한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심각한 환경 위기에 처해 있는지 마음으로부터 깨달을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책은 기후변화에 관한 책이지만 무엇보다 이야기를 엮어 소화해내는 인간의 내적 힘에 대해 다루는 책이다.

기후변화 인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보이는 철학적인 책이면서 시간을 통과하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하여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풍경과 장면이 스쳐갈 것이다.

아름다운 언어를 짚어나가며 기분이 고조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의 절박한 제언을 외면할 수 없어 가슴 아플 수도 있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던지는 질문이 앞으로 어떤 답으로 되돌아오게 될까. 그것은 책을 읽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한편 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ANDRI SNÆR MAGNASON)은 아이슬란드 작가이자, 환경 운동가이다.

1973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태어나 미국 뉴저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이슬란드 대학교에 진학해 아이슬란드 문학을 공부했고, 1997년 졸업 후 아우르드니 마그뉘손 중세연구소에서 아이슬란드 구비문학을 채록했다.
 
1995년 시집을 발표하며 문단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소설 『푸른 별 아이들』 『시간 상자』 『러브 스타』, 논픽션 『꿈의 땅: 겁에 질린 나라를 위한 자조 지침서』 등을 발표했다.

아이슬란드문학상 논픽션 부문(2006), 독일 알프레드토퍼재단 카이로스상(2010), 아이슬란드문학상 아동픽션 부문(2013)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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