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슈퍼컴퓨터 알레프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열대저기압 변화 분석

지구온난화가 강력한 태풍을 50%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열대저기압 변화를 분석해 얻은 결과인데, 앞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총 발생빈도 줄지만, 더 강력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더하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 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부산대 석학교수)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이 50% 가량 증가하고, 약한 태풍의 발생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연구진이 IBS의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이용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 하여 열대저기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알레프(Aleph)는 지난 2019년 4월 가동 시작한 IBS의 슈퍼컴퓨터(데스크탑 컴퓨터 약 1,560대 성능)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IBS(원장 노도영)는 이번 성과가 12월 17일 04시(한국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 13.117)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태풍과 허리케인을 포함한 열대저기압은 지구상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피해가 큰 기상재해다.

▲ 열대저기압에 동반된 강한 바람에 의해 발생하는 해수 냉각효과.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강한 바람에 의해 해양 상층이 혼합되면서 바다 깊은 곳에 있던 차가운 물이 해수면까지 올라와 주면보다 5℃ 이상 낮은 냉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저해상도 모형에서는 해수 냉각효과가 약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만, 지구 온난화가 열대저기압의 발생 및 세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기후모형 시뮬레이션 연구는 주로 격자 간격이 큰(약 100km 이상) 저해상도 기후모형을 이용해 왔기 때문에 열대저기압과 같은 작은 규모의 대기와 해양 간 상호작용이 상세히 시뮬레이션 되지 않아서 불확실성이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구를 3차원적으로 격자화 해 물리·역학 방정식을 이용해 각 격자점에서의 기후 변동을 예측하는 도구. 격자간격이 조밀할수록 시뮬레이션 정확도가 향상되고 작은 규모의 기상 및 기후 현상까지 상세히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연구진은 대기와 해양을 각각 25km와 10km의 격자 크기로 나눈 초고해상도 기후모형을 이용해 태풍·강수 등 규모가 작은 여러 기상 및 기후 과정을 상세하게 시뮬레이션 했다.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행된 미래 기후 변화 시뮬레이션 연구 중 격자 간격이 가장 조밀한 결과로, 생성된 데이터는 1TB 하드디스크 2000개에 달하는 용량이다.

적도지역에서 과잉된 열로 인해 대기는 적도 지역에서 상승하여 상층에서 극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열대 지방에서 하강하는 ‘해들리 순환’이 발생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대기상층 온도가 대기하층 온도보다 빠르게 상승함으로써 미래에는 해들리 순환이 약화될 것으로 분석됐다.
 
공동 교신저자인 이순선 IBS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열대 지역 상승 운동 감소는 열대저기압 발생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는 인도양과 태평양 열대저기압 발생 빈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열대저기압의 총 발생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기 중 수증기와 에너지 증가로 인해 한번 발생한 태풍은 3등급 이상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하면 3등급 이상의 열대저기압의 발생은 5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현재기후에서의 인도-태평양 지역 태풍 발생 및 경로(위)와 이산화탄소 농도 2배 증가에 따른 태풍 발생 밀도 변화(아래).

한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배 증가할 경우 전 지구 평균 온도가 5℃ 이상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열대저기압의 씨앗이 되는 소용돌이 자체의 감소로 인해 3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 발생 빈도는 이산화탄소 2배 증가 실험에 비해 더 이상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각 열대저기압에 의한 강수량은 더욱 증가해 현재 기후 대비 약 35%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로 인해, 미래 상륙하는 열대저기압에 의한 해안 지대 극한 홍수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수행된 다른 기후모형보다 향상된 공간 해상도로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 해 높은 신뢰도로 열대저기압 변화를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순선 연구위원은 “시뮬레이션된 미래 열대저기압 변화가 최근 30년 간 기후 관측 자료에서 발견된 추세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지구 온난화가 이미 현재 기후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지구 온난화가 열대저기압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에는 더욱 복잡한 과정이 얽혀있어 앞으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 연구는 미래 열대저기압 상륙에 의한 해안 지대의 극한 홍수 위험이 높아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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