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1호점' 폐업으로 정책 위기…"폴주유소에 비해 싸지 않다"

정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해온 '알뜰주유소 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서울지역 최초로 문을 연 금천구 시흥동의 '알뜰주유소 1호점'이 최근 폐업 한 데 이어 전국 곳곳의 알뜰주유소들이 도미노 폐업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업계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국에 산재한 알뜰주유소는 722개. 지난 해 11월 지식경제부가 처음 알뜰주유소 정책을 들고 나온 지 1년도 채 안 된 사이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를 한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이달까지 775개, 연말에는 1000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해서 2015년까진 전체 주유소 1만3,000개 중 최소 10%에 해당하는 1,300개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만들겠다는 방침인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저돌적인 청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알뜰주유소가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름값을 잡겠다던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알뜰'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경부의 ‘알뜰주유소 가격 현황’을 보면 알뜰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전국 평균보다 약 42원과 49원 저렴하다.

애초 70∼100원 정도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발표했던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가격이며, 이 마저도 일반주유소 이용자가 주유 시 제휴카드 할인 및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차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기름 유통의 구조적 문제도 알뜰주유소 정책을 발목잡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대량 구매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다른 폴 주유소의 눈치를 보며 석유공사에 기름을 팔 수밖에 없다. 알뜰주유소에 기름값이 더 싸게 공급되면 폴 주유소가 반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떤 경우는 석유공사 통보가격이 일반 업체에게 받는 것보다 더 비싼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알뜰중유소에 대한 자금지원과 사후관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운전자금 보증과 외상거래 자금, 시설개선 자금 지원 등을 위해 지금까지 57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배정된 예산만도 79억원에 이른다.

최근 문을 닫은 서울 알뜰주유소 1호점에도 시설물 설치비, 셀프주유기 도입 융자, 석유공사와의 외상거래 등 도합  3억3,000여만원을 지원했다. 아직 외상대금이 아직 1억여원이나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알뜰주유소 1호점이 폐업을 해 자칫하면 정부가 이 돈을 떼일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7일 정부와 알뜰주유소업계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알뜰주유소가 출범한 이후 정부와 업주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이 자리에서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수입 석유를 알뜰주유소에 우선 공급해주거나 하는 방식으로 기존 정유사에 의존하는 석유 공급선을 다변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해야만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경우 당장 다른 폴 주유소의 반발은 불보는 뻔 한 데다 특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사면초가에 몰린 정부의 알뜰주유소 정책.

개업 6개월만에 문을 닫은 1호점의 뒤를 따를 것인지, 기사회생 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