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채소 생산액 1위 품목은 딸기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딸기 육종 기간을 앞당기고 경쟁력 있는 품종 육성을 위해 딸기 순계(동형접합성을 지닌 식물체)를 활용한 표준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실려 학술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에서 딸기 유전체 해독이 이뤄졌지만, 순계를 활용하면서 동시에 염색체가 완벽히 갖춰진 고품질 표준 유전체를 해독한 것은 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유전적으로 고정된 재료의 정확한 표준 유전체 구축으로 육종 효율을 높인다는 점, 나아가 육종의 자료(데이터) 주권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 딸기 순계-원교3115호.

그동안 딸기는 쌍을 이루는 염색체가 서로 다른 염기서열을 지니는 ‘이형접합성’ 특징으로 종자가 아닌 줄기를 심어(포복경) 번식함으로써 순계 육성이 어렵다고 여겨졌다. 여기에 8배체(4쌍 염색체) 유전체(2n=8x=56)를 지니고 있어 2배체(1쌍 염색체)인 고추, 배추 등보다 유전체 분석이 어려웠다.

농촌진흥청은 2004년부터 1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8개 품종으로 100여 개의 딸기 순계를 육성했다. 그리고 이 딸기 계통 중 열매가 단단한 ‘원교3115호’를 선발했다.

연구진이 ‘원교3115호’의 표준 유전체를 해독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과 같이 약 805Mbp(메가베이스페어) 크기의 유전체에 15만 개 유전자가 분포했다.

특히, 유전체 분석 결과, 열매의 단단함을 조절하는 데 특정 유전자(expansin, pectin acetylesterase 등)가 관여함을 확인했다.

▲ 딸기 유전자 지도.

이번에 해독한 표준 유전체 자료를 활용하면 전통 육종 방법에서 정밀 육종인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을 통해 딸기의 품종 육성 기간을 현재 7년에서 4년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열매의 단단함 조절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면 수출용 주요 품종인 ‘매향’의 대체 품종 육성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농진청은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생물정보공학센터(NCBI)에 등록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이우문 채소과장은 “우리나라 딸기의 품종 주권뿐만 아니라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연구”라며, “전통 교배 육종에서 디지털 육종으로의 전환을 통해 설향, 매향을 뛰어넘는 맛있고 품질 좋은 품종을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설향, 매향 품종을 육성한 김태일 박사는 “딸기 표준 유전체를 비롯한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품질 좋은 새 품종 육성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에코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